지난 추석 연휴 중 하루, 남산공원에 갔었다. 하늘은 높푸르렀고 가을볕이 따가웠다. 소풍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먼지가 폴폴 날리는 한데에 자리를 잡고 찬합을 펼쳐놓은 가족도 눈에 띄었다.
남산에 호젓한 곳도 많은데 그걸 잘 몰랐나 보다. 아니면 다른 소풍객들의 복작거림 속에 있는 게 더 즐거웠거나. 몽상하러 고독한 산책을 나온 것이 아니고, 심심해 하는 애들을 데리고 소풍 온 소박한 가족에게는 사람이 많은 게 뿌듯할 것이다.
문득 생각나 둘러보았는데, 사진사 아저씨들이 안 보였다. 그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언젠가 한가한 평일에 친구와 산책하다가 서울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찍힐 땐 내키지 않았지만, 사진사 아저씨와 헤어져 걸으며 폴라로이드 인화지에 서서히 떠오르는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원시인처럼 들떴다. 여느 날처럼 그냥 스쳐갔을 그날을 정답게 담아놓은 사진이었다.
높다란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공터에서 농구대를 발견했다. 바닥에는 폭신폭신한 매트가 깔려 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어서 땀 씻기도 좋다. 농구공을 하나 사야지. 남산공원에 갈 곳이 늘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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