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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외국어보다 중요한 자기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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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외국어보다 중요한 자기표현

입력
2006.10.1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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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학교 교실. 한 아이는 떠들어서 담임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는다. 선생님은 "다음 시간은 뗏목 타기 시간이다. 모두 수영장으로 가거라" 한다. 헌데 아이들은 선뜻 일어나지를 않는다.

한 아이가 손을 든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묻는 담임에게 그 아이가 망설이던 입을 연다. "떠든 건 잘못이지만, 제 생각에는 떠든 것과 뗏목 타기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한 아이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고개를 땅에 닿게 숙이며 선생님에게 부탁의 절을 하였다.

● 앞에서 말 못하는 우리 문화

잠시 생각에 잠기던 담임은 "또 다른 사람도 의견이 있느냐"라고 물으니 한 아이가 "쟤가 우리 조인데 한 명이 빠지면 우리가 질 수도 있어서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하고, 한 여자 아이는 "혼자만 여기 두고 가면 너무 불쌍해요" 하며 훌쩍인다.

담임이 "너희들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좋다. 다 함께 가자" 하니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이 장면이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자기표현' 때문이다. 우리와 너무 다른 모습이어서 잊히질 않는다. 우리는 뒤에서 불만을 가졌었다.

그러다 어른이 되고 회사에 들어와서도 변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상사에 대한 불만을 참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회의시간에는 내내 참다가 끝나면 친구에게 전화한다. "한잔 하자" 하고는 밤새 성토대회를 한다.

스트레스는 좀 풀렸을지 모르나 괴롭게도 다음날의 현실은 또다시 반복된다. 상대를 존중하며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자기표현'은 가까운 사이에 더 필요하다.

반항적이고 불복종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자기 색깔이 강한 젊은 사람들 중에서는 융화하고 수용하는 능력이 더 돋보임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표현이 정확하면서도 정중하고 타협적인 것을 우리는 아직 낯설어 한다.

꾹 참기 아니면 대들기. 그 둘 중의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아닌데 자신이 그 표현에 능숙하지 못하면서 상대를 탓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가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태도이다. 그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재검하는 태도였다. 아이들은 대화라는 것이 좋은 것임을 배우며 자라는 것이다.

● 적극적 의사 표현과 수용 필요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두려운 일이 아니라 해볼 만한 일이라는 것을 이미 어려서 알게 되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제안제도를 만들어 놓고, 말단 직원에게까지 발언의 기회를 넓혀 보려 해도 아직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모습들이 많고 사장은 답답해하고 한심해한다.

내내 침묵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스트레스는 분명 삶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그 상대가 아닌 별 죄 없는 타인에게 결국은 언젠가는 발산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고 정중하게 전달할 줄 알고, 상대의 것을 오해 없이 이해하며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오늘날의 구조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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