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정보국이 16일 북한의 핵 실험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미국은 하지만 핵 실험의 성공, 실패 여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출된 방사능 물질은 어떤 것인지, 핵 실험으로 인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측은 “폭발력은 1킬로톤(kt) 미만이었다”고 밝혔을 뿐이다.
미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북한 상공에서 핵 실험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미량의 방사능 물질을 검출했다”고 한국과 일본에 통보한 시점부터 핵 실험의 성패 여부를 판단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량의 방사능 물질 검출은 핵 폭탄의 소규모 폭발력을 의미하고, 이는 실험 실패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폭발규모를 1kt 미만이라고 밝힌 것은 결국 ‘실험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 초기형 핵 폭탄의 폭발 규모는 통상적으로 5kt 이상인데 비해 북한의 핵 실험은 지나치게 규모가 작은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 17일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의 한 고관은 이전부터 미국 쪽으로부터 핵 실험이 실패했다는 정보를 전달 받았다.
서방 언론들도 핵 실험은 실패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더 타임스는 가장 효율적인 1세대 핵무기는 폭발규모가 대개 10~20kt라는 점을 들며 실험이 기술적으로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AFP통신도 미 정보당국은 북한 핵실험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동안 “핵 실험 확인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 온 일본 정부는 미국의 발표에 맞춰 이른 시간 안에 핵 실험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무성 장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확인에 이르지 못했지만 (미국의 발표로) 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소 장관은 “미국 정부의 발표는 (북한 제재의) 유력한 증거가 돼 제재 조치를 실행하기 쉽게 만드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실험은 실패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루어진 미국의 핵 실험 확인 발표는 한국이 북한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려는 압박 카드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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