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는 전혀 가을 같지 않다. 때 늦은 낮 더위가 이어지는 데다 아침엔 안개 때문에 출근이 늦어지고 비행기가 제때 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비 구경한 지도 꽤 돼 농촌지역엔 가뭄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기상청은 “한반도의 안정적인 기압 배치가 북쪽으로부터 내려오는 찬 공기와 기압골의 이동을 차단해 더위와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날씨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22도까지 올랐다. 17일(약 25도)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평년(약 20도)보다는 높았다. 서울뿐만 아니라 최근 며칠 간 전국은 대체로 평년보다 약 5도 정도 높은 기온 분포를 나타냈다. 최근 기온이 이처럼 평년 수준을 웃도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고기압 때문이다. 이 고기압은 동서로 뻗어 있어 북쪽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다.
짙은 안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7일 아침 전남 진도와 완도, 대관령과 추풍령, 충남 서산지방 등은 안개 때문에 가시거리 100m~3㎞에 불과해 교통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16일엔 김포발 항공기 10여편이 결항하기도 했다.
안개는 큰 일교차 때문에 나타난다. 아침 최저기온은 평년과 비슷한데 낮 기온이 올라가다 보니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져 안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낮에 기온이 많이 올라가면서 공기가 수증기를 많이 머금게 된 상태에서 다음날 아침 기온이 떨어지면 이 수증기가 응결해 안개가 된다”고 설명했다.
고기압이 오래 정체하면서 가을 가뭄도 심각해 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8월 이후 강수량은 평년의 20~30%에 그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늦가을과 겨울철 강수량이 적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본격적인 모내기 철인 내년 봄에도 가뭄 피해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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