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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사업 여걸戰… 올핸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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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사업 여걸戰… 올핸 누가 웃을까

입력
2006.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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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이미경(48) 부회장과 오리온그룹 이화경(50) 사장. 영화배급과 케이블TV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양분하는, 비슷한 연배에 이름까지 비슷한 두 여걸의 자존심 대결이 점입가경이다.

업계 2위 오리온은 지난해 이화경 사장 특유의 감수성과 결단력으로, 최강자인 CJ에 판정승을 거뒀다. CJ가 150억원을 들여 만든 영화 ‘태풍’의 위세에 눌려 여러 영화사들이 동시 개봉을 피했지만 오리온은 전혀 다른 장르인 ‘작업의 정석’을 내놓아 결과적으로 ‘태풍’을 미풍으로 잠재웠다.

작년 최고 흥행작이었던 ‘웰컴투동막골’도 당초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ㆍ배급하려고 했다가 예상보다 늘어난 제작비 때문에 포기한 것을 오리온의 쇼박스가 대신 뛰어들어, 잭팟을 터뜨렸다. 전 국민을 감동시켰던 ‘말아톤’ 역시 오리온의 개가. 자금력이나 직원수나 모든 면에서 비교도 되지 않던 오리온에 밀리는 ‘수모’를 당하자, 엔터테인먼트 사업 친정체제를 구축했던 이미경 부회장은 상당한 충격 속에 직원들을 질타했다는 후문이다. 쇼박스는 ‘괴물’도 제작사인 청어람의 추가옵션(패키지딜)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CJ를 제치고 배급권을 따내 올해 최고의 흥행작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때문에 최근 들어 CJ쪽의 반격이 한층 거세졌다. 오리온의 ‘가문의 부활’이 기대에 못 미친 반면, CJ의 ‘타짜’는 강력한 마케팅 공략 속에 대박을 예감하고 있다. CJ측은 올해도 오리온에 1위 자리를 내줄 경우, 업계판도에 근본적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보고 사실상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에선 이화경 사장이 올해도 또다시 웃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미경 부회장이 설욕을 통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두 사람은 ‘재벌가의 공주’ 출신으로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여걸’이란 공통점에도 불구, 경영인으로서의 성장과정과 업무 스타일은 매우 다르다는 평가다.

이미경 부회장은 외향적이고, 경력 또한 화려하다. 미국 하버드대 유학시절 쌓은 네트워크를 토대로 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드림웍스 설립을 주도했고, 홍콩의 골든하베스트, 호주의 빌리지 로드쇼와 손잡고 CGV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내년 가을에는 미국 LA에 CGV영화관을 열어 한국영화를 알릴 계획이다.

이런 국제적 지명도 덕에 이미경 부회장은 지난 주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세계여성상 경영부문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이 시상식에서 이미경 부회장은 오프라 윈프리, 우피 골드버그 등 유명인과 함께 자리를 나란히 해 주가를 올렸다.

이에 비해 이화경 사장은 내실형이다. 총수 차녀임에도 불구하고 1975년 동양제과 구매부 평사원으로 입사해 26년 만인 2000년 사장에 올랐을 만큼, ‘밑바닥’부터 다졌다. 때문에 실무감각이 강하고 판단력과 결단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객관적 열세를 딛고,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CJ의 아성을 무너뜨린 작년의 쾌거가 이를 입증한다.

오리온의 내실경영은 극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상영관 148개를 보유한 메가박스는 CGV(327개)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강남 중심인 코엑스에 자리잡았다는 상징성만으로도 영향력에 있어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이 끊임없는 성과와 이벤트를 통해 능력을 보여주는 타입인 반면 이 사장은 내실과 실속을 추구하는 경영스타일”이라며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 가운데 최종 승자는 누가될지 또 하나의 관심거리다”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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