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국면에서 부쩍 분주해졌다. 북핵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할 뿐 아니라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 뿌리인 호남 지역 방문도 잦아졌다. 대통령 퇴임 이후 언행을 자제해온 DJ가 바쁘게 움직이는 정치적 배경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대북 포용정책의 지속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11일 전남대 강연에서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해괴한 이론”이라며 “포용정책을 포기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 1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다”며 북핵 실험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거론했고, 16일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선 “미국의 고위급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제재보다는 대화가 북핵 위기를 푸는 열쇠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도 파격적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분당 사태에 대해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찍어준 사람들은 그렇게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그것(분당)에 여당의 비극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 분당으로 귀결된 열린우리당 창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28일께는 1박2일 일정으로 고향인 목포를 방문한다. 퇴임 후 처음이자, 1998년 이후 8년만이다. 모교(전남 제일고ㆍ옛 목포상고)를 돌아보고,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 주민들을 초청해 간담회도 갖는다. 19일에는 서울대 통일연구소 초청 강연, 23일엔 한양대 초청 강연도 예정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우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DJ가 호남 지역 등을 찾아 ‘분당 원죄론’을 본격 거론할 경우 호남권 민심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평생의 과업으로 여겨온 햇볕정책과 남북화해협력 정책 등이 손상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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