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후 북한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화물검색 관련 조항에 대해 아무런 추가조치가 필요 없다고 밝혔다. 지금 국내 규정으로도 대량살상무기 선적 혐의가 있는 북한 선박에 대해 얼마든지 검문검색이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남북한간에 맺은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르면 남과 북의 선박은 해당 지역 영해 통과 시 각측 경비함에 적재화물을 통보해야 하고 무기 또는 무기부품 수송 금지 등의 규정을 위반한 혐의가 있을 경우 승선 검색까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같은 활동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해상 검문검색 활동과 사실상 동일하다. 물론 남북해운합의서에 공해상의 검문활동은 규정돼 있지 않지만 PSI 역시 공해상 검문을 관행적으로 인정하고 있을 뿐 명문화해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PSI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우리측은 사실상의 PSI활동을 남북합의에 따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왜 미국은 굳이 우리측의 전면적인 PSI 참여를 원하는 것일까. PSI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나 테러리스트들이 행하는 불법적인 WMD거래를 막기위한 것이다. 때문에 이해 당사국인 한국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다른 국가에 참여를 독려할 명분이 떨어진다는 것이 미국이 참여압력을 가하는 주된 이유라는 게 우리측 추정이다. 나아가 70여개 국가들의 협조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PSI 활동이 국제규범화 하기 위해서는 PSI 가입국가를 늘려야 하는 필요성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과 대립적 위치에 있는 러시아도 가입한 마당에 정작 한국이 뒷걸음질 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한편, 남북한간에 맺어진 합의와 PSI에 따른 행동이 동일한 것이라면 사실 북한도 ‘정전협정 위반’, ‘반민족적 범죄행위’ 등의 비난으로 남측의 가입을 극구 반대할 이유도 없다. 정부 당국자는 이를 두고 “무기도입 금지 등 현실적으로 사문화된 규정이 많은 1953년의 정전협정을 북한이 들먹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북한이 우리측 가입을 반대하는 데는 PSI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한미공조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미간의 관계를 이간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섞여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안보리 결의안이 일단 WMD 관련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에 대한 국제법적인 근거로 작용하게 됨으로써 우리 정부의 PSI 참여확대 여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앞서 “유엔결의가 준거”라고 밝힌 바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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