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엔 환율이 근 9년만에 100엔당 700원대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승용차 등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상품의 국제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동안 700원대 후반에서 거래될 수 있으나 급격한 하락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일 외환시장에서 원ㆍ엔 환율은 100엔 당 798.70원으로 마감, 800엔대가 깨졌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월14일 784.30원 이후 8년11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ㆍ엔 환율은 2004년 2월부터 1,100원 선에서 2년여간 하락세를 이어가다 올 4월 800원선으로 떨어진 뒤, 8월 초까지 810~840원 범위에서 등락했다.
최근 원ㆍ엔 환율 하락의 원인은 한마디로 일본 엔화의 약세를 원ㆍ달러 환율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ㆍ달러 환율은 8월 초 114엔선에서 최근 120엔 직전까지 상승한 반면 원ㆍ달러 환율은 오히려 960원대에서 950원대로 하락했다. 일본 엔화는 아베 총리가 경기부양을 위해 당분간 금리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달러에 대해 약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원화는 북핵 위기에도 불구 수출 호조세 등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 이상배 선임딜러는 “원ㆍ엔 환율은 단기적으로 780원 선이 바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우리나라 무역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들어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25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적자폭이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이 공통적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100대 품목 중 우리나라와 일본이 경합이 하는 품목은 지난해 기준으로 45개에 달한다. 경합 품목 중에는 컴퓨터 부품, 반도체, TV 부품, 승용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상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엔저가 지속되면 관련업계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원ㆍ엔 환율이 추가적으로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단기경기전망 지수인 단칸지수가 9월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세가 완연하기 때문이다. 대일본 무역적자국인 미국이 엔화 약세를 오래 방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연구위원은 “엔화 약세는 일본의 정책과 북핵문제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며, 원ㆍ엔의 하락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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