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004년 합의해 지난해 8ㆍ15 이후 발효된 남북간 해운합의서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가 한미간 논란의 핵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하지 않는 근거로 이 합의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해운합의서는 기본합의서(15조) 부속합의서(7조)로 구성돼 있다. 안보리 결의, PSI와 관련된 내용은 부속합의서 2조 6항(남북 선박이 상대측 해역을 항행할 때 무기 또는 무기부품 수송 금지), 8항(통신검색에 응하지 않거나, 위법행위 후 도주 혐의 있을 때 해당 선박을 정지시킨 뒤 승선, 검색해 위반 여부를 확인) 등이다.
정부는 합의서가 이미 북한 배에 대한 검색, 승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북한 선박 해상 검색의 길을 열어둔 유엔 안보리 1718호 8조 f항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해상 검색 관련 안보리 결의가 “각 회원국들이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고 돼 있고, 한국의 경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합의서가 있기 때문에 추가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합의서가 발효된 이후 통신검색 이외에는 실질적인 통제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지난 1년간 북한 화물선 114척이 제주해협을 통과했지만 검색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합의서에 따르면 출항 3일 전 적재물 목록만 남측에 전달하면 통신상으로 이상이 없는지 확인 받고 제주해협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불법행위와 관련된 의심할만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실제 검색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북측 선박이 제주해협을 통과하면 우리측 함선이 따라붙기 때문에 딴짓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합의서는 북한 서해와 동해안 항구, 즉 ‘북-북 항로’를 이용하는 북한 화물선에 주로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 당국자는 “합의서는 우리 영해 내에서 검색을 실시하도록 된 것이어서 공해상에서 벌어지는 PSI식 해상검문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배가 미사일을 중동지역으로 수송하기 위해 서해 공해상에 나설 경우 한국 해군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문제는 해운합의서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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