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북한 제재 결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제1의 타깃인 중국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결의를 지지한 것은 북한으로부터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는데 협력하겠다는 공약”이라며 “중국은 북한 화물에 대한 검문검색을 포함한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미 언론은 라이스 장관이 일본, 한국, 중국 순방에서 중국에 이행 압력을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 선박 검문검색은 직접 충돌을 야기하는 방식은 피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의 우려에 이해를 표하는 동시에“(이행방안과 관련) 더 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보다 실질적 협상을 하겠다는 뜻이다. 존 볼튼 유엔주재 미 대사도 “중국과 이행방안을 협의할 것이며 많은 길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상정하는 중국의 북한 제재 결의 이행방식에는 해상에서의 북한 선박 검문검색에만 주안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북한 대외 무역량의 39%에 이르는 중국과의 거래가 철도, 차량 등 대부분 육로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볼튼 대사는 “북한 해상봉쇄가 우리의 목적은 아니다”면서 “육로로 이동하는 북한 화물에 대한 조사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튼 대사는 보다 직접적으로 “중국은 자국 영토 내에서 북한 반출입 화물을 조사할 수 있는 전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북중 국경에서 밀수가 성행한다는 점도 미국은 놓치지 않고 있다. 공화당 존 워너 상원 군사위원장은 “북중 국경이 무방비 상태이어서는 제재가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말한다. 이로 볼 때 미국이 중국에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준하는 해상 검문검색 보다는 육상 통관검색 강화, 밀수 근절 등의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해상은 일본과 한국에 맡긴다는 복안일 것이다.
미국은 이와 함께 연료를 비롯한 중국의 북한에 대한 각종 경제지원이 중단될 경우, 북한 제재 효과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중국 압박은 그 자체로 한국에 대한 요구이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 입장에서는 이중의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중국을 움직이는데 미국이 대만 카드나 미중 무역마찰 등의 지렛대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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