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사회자 빌 와이어로부터 ‘미끄러운 뱀장어’라는 말을 들었다. 이는 반 차기 유엔총장이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재직할 당시 어려운 질문을 요리조리 잘 피해나가 듣고 나면 별로 건질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 한국 기자들이‘기름친 장어’라는 별명을 붙여준 데서 유래하는 말이다.
와이어는 이날 반 차기 유엔총장에게 북한 핵실험 사태 해결을 위한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회담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와이어가 “김정일 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반 차기 유엔총장은 “김 위원장은 북한 사회를 통제하는 최고 권위자”라면서 “문제는 우리가 그와 대화를 통해 좀더 나은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를 순방하는 라이스 장관이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느냐는 와이어의 질문에 그는 “만일 가능하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많은 기회를 통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밝혀온 만큼 북한은 그들의 모든 관심사를 논의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즉답을 피했다. 와이어가 “두 사람의 회동을 고무하느냐”고 재차 묻자, 그는 “우리는 항상 6자회담 틀 내에서 참여국들이 북한과 대화를 하도록 해왔다”며 다시 원론적 수준을 맴돌았다.
이런 식의 답변이 이어지자 와이어가 “한국 언론이 왜 미끄러운 뱀장어라고 부르는지 알겠다”고 꼬집었고, 반 차기 유엔총장은 자신은 항상 언론에 우호적이라고 답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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