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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집단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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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집단사고

입력
2006.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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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9월, 인천상륙에 성공한 미군은 서울을 수복하고 북진에 들어갔다. 그러자 중국은 인도 등을 통해 미국이 한국전쟁 전의 국경이었던 38선에 멈춰 실지 회복에 그치지 않고 38선을 넘어 북진을 할 경우 참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미국에 보냈다.

그러나 트루만 대통령 등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이를 무시했고 결국 한국전쟁은 중국이 참전하는 국제전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석 달만에 끝날 전쟁이 3년으로 길어지고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잘못된 때에,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적”과 싸우게 됐다고 한탄을 해야 했다.

●핵실험은 북한·부시 외골수 결과

외교정책론을 공부하면 왜 이들이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는 잘못된 정책결정을 했는가를 가르친다. 그 답은 정책결정에서 가장 위험한 적인 집단사고(group thinking)에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소수의 정책결정자들이 폐쇄적으로 정책결정을 해나가면 집단사고에 빠져 비판적인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함으로써 잘못된 결정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다른 의견들에 귀를 기울이는 개방적 자세이다.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북한을 궁지로 몰고 간 부시 대통령의 외골수 정책 역시 집단사고의 결과일 것이다.

사실 노무현 정부도 집단사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실감하게 해주는 좋은 예이다. 그 근원은 코드인사이다. 물론 이에 대해 현 정부는 국정철학이 같은 사람을 쓰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해 왔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코드인사를 하려면 최소한 비판적 견해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채널을 제도화하고 그러한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 결과가 바로 무서운 집단사고이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어쩌면 그들이 그렇게 민심을 모르고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고 우기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두른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다가 청와대를 나오면 예전에는 몰랐는데 나와 보니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실토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노 대통령이 언론인들을 만나 “내가 경제를 망쳤느냐,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는 내용의 투정을 늘어놓은 바 있다. 또 방송회견에서 지난 임기에 대해 반성이 아니라 “후회는 없다”고 했다. 집단사고의 증거이다. 노 대통령과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과의 설전도 좋은 예다. 국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위 위원들의 청와대 초청만찬에서 노 대통령이 FTA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이에 심 의원이 “종교적 낙관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고 비판적 논평을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인신공격을 삼가달라며 얼굴을 붉혔고 화가 나 만찬 뒤 인사도 안 받고 헤어지려다가 겨우 악수를 했다고 한다. 아니 그 정도 비판에 인신공격 운운하며 화를 낼 일인가?

●노무현 정부도 집단사고부터 깨라

이는 노 대통령이 수많은 사람들을 접견하면서도 주로 예스맨만을 만나거나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했을 뿐, 얼마나 비판적 의견을 듣지 않았는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다른 정권도 청와대에 가서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다음에는 아예 부르지 않는 등 비판에 귀를 막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소수자라는 잘못된 피해의식 때문인지 그 정도가 지나치다. 게다가 학계에 있다가 들어간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까지도 바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코드 맞추기에 여념이 없으니 집단사고를 깨주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최근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로 전직 대통령들을 만나 오랜만에 쓴소리를 들은 것 같다. 그들의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이번 기회에 노무현 정부, 특히 노 대통령은 집단사고를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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