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와 수입차의 전면전이 예고되고 있다. 수입차의 라인업이 부유층만 구매할 수 있는 대형차 위주에서 중산ㆍ서민층을 겨냥한 중소형차까지 내려오는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는 고급 차량에 대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가 최근 내놓은 대표적 고급차량은 현대차의 ‘베라크루즈’이다. 현대차가 ‘럭셔리유틸리티차량(LUV)’이라고 주장하는 이 차는 국내외에서 고급 SUV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BMW X5나 렉서스 RX350 등과의 맞대결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V6 3.0 승용 디젤엔진을 장착해 240마력의 파워와 1등급 연비를 달성했고, 국내 최초로 6단 자동변속기도 적용됐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에 일반 부품은 3년-6만㎞, 동력 계통은 5년-10만㎞로 무상보증 기간을 확대했으며 출고 후 주행 거리에 따라 차량 점검 및 엔진 오일 무상교환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 연말까지의 판매 목표를 5,000대로 잡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국내에서 연간 2만여대, 해외에서 6만5,000여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성능이 개선되고 사양이 고급화한 만큼 차 값도 최소 3,000만원을 넘는다. 2륜 구동은 옵션에 따라 3,180만~3,950만원이며, 4륜구동은 3,370만~4,140만원이다. 파워나 성능 측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혼다코리아가 내놓은 신형 CR-V의 가격(2륜 구동 3,090만원ㆍ4륜 구동 3,490만원)보다 높다.
수입 중소형차 부문에서는 11월말 국내에 상륙하는 혼다의 시빅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부 유럽 소형차가 소개된 적은 있지만 일본 소형차의 한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빅은 1972년 혼다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내놓은 소형차인데, 뛰어난 경제성을 바탕으로 30년 넘게 전세계에서 1,500만대 이상 팔렸다.
배기량 1,800㏄의 기본형이 소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가격은 2,000만원대 중반으로 예상된다. 기존 수입차 중 가장 저렴한 포드 ‘뉴몬데오(2,660만원ㆍ부가세 포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싼 수준이다. 시빅이 투입되면 동급인 준중형 아반떼, SM3는 물론 비슷한 가격대의 쏘나타, SM5 등 국산 중형차와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최근 출시된 푸조의 307SW HDI도 3,000만원대 중소형 수입차다. 이 차는 고압 직분사(HDi) 엔진과 6단 탑트로닉 자동변속기, 앞 유리가 천장까지 이어지는 ‘문라이트 글라스 루프’등을 채택했다.
수입차와 국산차의 경계면이 모호해지면서 차량 등록수치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배기량 2,000㏄ 이하 수입차 점유율이 2004년 15.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3.1%로 상승한데 이어 올들어 9월까지는 23.6%를 기록하고 있다. 배기량 3,000㏄이상 대형차는 2004년 점유율이 45.1%에 달했으나, 올해에는 35.1%로 감소했다.
반면 국산차의 경우는 2002년에는 대형차 비중이 9.1%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9월까지는 16.2%로 급증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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