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제재 결의가 채택된 이후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이제 당분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제재 한길로 달려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북한의 극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화나 외교적 해결 원칙 등의 언급은 수사에 그치고 대북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 결의를 들고 17일부터 일본 한국 중국을 차례로 순방하는 일정이 잡힌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라이스 장관의 순방 기간에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를 위한 미국의 노력이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한국이 비확산 분야에서 미국에 능동적이고 협력적인 파트너이면서도 대북 PSI 참여는 꺼려왔다”며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이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이번 제재 결의에 포함된 북한 반ㆍ출입 화물 조사를 위한 북한 선박 등에 대한 검문검색 실시를 PSI가 유엔 차원에서 강력한 근거를 얻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미국은 북한 제재 결의의 상당 부분이 중국의 적극적 협조가 있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도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존 볼튼 유엔주재 미 대사는 15일 TV에 출연, “북한이 핵실험은 한 것은 ‘중국에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 것’이며, 중국은 (북한 제재 이행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 등이 최근 들어 동북아 지역에서의 다자 안보 대화틀에 대한 구상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핵 6자회담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다자 안보를 얘기하는 것은 북한을 배제한 채 집단적 안보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예상키 어려운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 다자안보 대화에 참여하는 중국, 러시아 등을 안전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라이스 장관이 동북아 순방 중에 북핵 6자회담 관련국 외무장관이 참석하는 5자 회동을 추진하려는 것에도 북한 제재 결의 이행 독려 외에 다자안보 대화 촉진의 뜻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은 11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양자, 또는 다자적 접촉을 통해 제재 결의 이행을 점검하고 이행 독려를 위해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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