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제재가 당초보다 상당히 완화한 내용임에도 불구, 이 결의를 토대로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북한_미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부터 시작되는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의 일본 중국 한국 등 3국 순방은 북한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3국으로부터 강력한 대북 제재 공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라이스 장관은 이를 위해 북한 제재를 협의할 5자회담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 장관의 순방은 미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카드로 삼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하는 내용이 논의의 초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채택된 결의가 군사조치 가능성은 배제했지만 처음으로 유엔 헌장 7장을 원용, 경제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해상 검색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해 한반도 수역에서 미국과 북한 간 해상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번 결의에 대해 “북한이 현재의 길로 계속 나아갈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는 공생할 수 없다”고 강경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압박을 강화한다면 물리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초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어 당분간 양측의 외교적 해법 모색은 어려워 보인다. 박길연 북한 유엔 대사는 결의 채택 후 안보리 연설을 통해 “(결의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면서 “미국의 추가적 압력이 있을 경우 이를 전쟁선포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사는 또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에 핵실험을 단행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안보리는 이날 북한 핵실험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 군사조치 가능성은 배제하지만 북한 반출ㆍ입 화물에 대한 검문검색, 무기금수, 금융제재 등은 강화한 내용의 북한 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대북 제재 결의는 유엔 회원국에 제재실행 강제의무를 지우는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했으나 비군사적 제재를 규정한 7장 41조에 따른 조치만을 취하기로 해 군사적 조치를 허용한 42조의 적용은 제외됐다. 이번 제재 결의는 북한의 핵실험 성공 주장이 있은 지 엿새 만에 이뤄진 것으로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 이후 유엔 헌장 7장이 원용된 북한 제재 결의가 채택되기는 처음이다.
또 결의 채택 후 30일 이내에 회원국들이 이행조치를 안보리에 보고토록 하고 결의 이행감독 등을 위해 안보리에 제재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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