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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휴대폰 산실, 팬택 품질기술연구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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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휴대폰 산실, 팬택 품질기술연구소를 가다

입력
2006.10.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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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시 통진읍 팬택로(路). 세계적 휴대폰메이커로 성장한 팬택계열의 심장부인 품질기술연구소와 김포공장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번도 외부에 전면적으로 노출된 적이 없었던 이 곳에서 지난 15일 국내 언론사 기자로는 처음으로 팬택계열의 독특한 품질테스트 및 생산과정을 지켜봤다.

□ 밀가루에 굴리고 소금과 설탕물에 담가라

지하 품질기술연구소에서 들어서면 즐비한 컨테이너 용기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외부전파를 차단한 상태에서 다양한 휴대폰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20㎝가량의 두꺼운 강철판으로 둘러 쌓인 특수 공간이다. 이 곳에선 현재 내년에 선보일 비장의 수출용 휴대폰(개발명 PN810) 신제품이 막바지 테스트를 받고 있다.

최종양산까지 거쳐야 할 테스트는 약 80여가지.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일명 ‘밀가루 테스트’였다. 50㎝ 높이의 투명용기 속에는 하얀 밀가루가 잔뜩 깔려있는데, 품질테스트를 총괄하는 이기열 팀장이 휴대폰을 넣고 버튼을 누르자 용기가 믹서처럼 돌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밀가루 범벅으로 만드는 테스트는 미국수출을 위한 필수관문. 이 팀장은 “세상에서 가장 고운 애리조나 사막의 모래먼지가 들어가도 정상작동하는 지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미국법상 애리조나 사막의 모래는 해외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고심 끝에 이와 유사한 밀가루로 테스트하게 됐다”고 말했다. 350번 회전한 용기 안에서 검은 색 휴대폰은 하얀 밀가루 옷을 뒤집어 썼지만 모든 기능은 정상 작동했다.

밀가루 속에서 살아남은 휴대폰이 다음으로 가야할 곳은 설탕물과 소금물이 기다리는 ‘전자파 무반사실’이다. 우선 휴대폰을 특수장치에 연결해 전자파가 방출되는 통화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특수 장치 상단에는 마치 사람의 옆 모습을 닮은 용기 안에 설탕물과 소금물 등을 섞어 뇌 성분과 비슷하게 만든 용액이 들어있다. 탐지 로봇이 용액 안에 측정기를 담근 채 휴대폰 전자파가 인간 뇌에 얼마나 침투하는지를 측정한다.

□ 테스트는 로봇으로

각각의 시험장엔 소형로봇이 즐비했다. 내구성 테스트실에서는 소형로봇들이 쉴 새 없이 휴대폰 폴더를 열고 닫고 있었다. 12만회의 테스트를 거치는 동안 폴더 연결부위에 이상이 없어야만 OK도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다른 한 켠에선 또다른 소형 로봇들이 젓가락 같은 침봉으로 PN320의 자판을 연신 눌러대고 있다.

음향실에선 사람닮은 로봇이 계속 음성신호를 내보내며 휴대폰 마이크 기능을 시험중이었다. 압력실에서는 로봇 팔이 액정화면을 11㎏의 무게로 누르고 있었다. 150㎝ 높이에서 휴대폰을 떨어뜨리는 낙하충격시험, 영하 40도에서 영상 85도를 순식간에 오르내리며 저온과 고온고습에서 휴대폰이 얼마나 견디는지를 확인하는 테스트도 모두 로봇들이 담당했다.

품질기술연구소의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한 모델은 1, 2층 생산라인에서 대량생산에 들어간다. 1층 자동화 라인에서 만들어지는 휴대폰 기판은 먼지가 묻으면 합선이나 불량이 발생하기 때문에 강철 케이스 안에서 로봇들이 조립하는데, 사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생산1팀 차영도 과장은 “요즘은 부품 조립시 납땜을 하지 않는다”며 “로봇이 섭씨 140~250도의 열풍을 뿜어내 부품의 연결점을 녹여서 부착한다”고 말했다. 로봇이 부품하나를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0.09초, 23초면 완벽한 휴대폰 기판이 만들어진다.

완성된 기판은 2층 조립라인으로 간다. 워낙 모델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메이커든 조립은 자동화하지 않고, 철저히 수작업에 의존한다. 조립이 끝난 휴대폰은 각종 검사를 거쳐 전자번호(ESN)를 부여 받은 뒤 출고, 소비자의 손에 전달된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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