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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車 잡은 '용감한 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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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車 잡은 '용감한 미화원'

입력
2006.10.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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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어렵게 살고 있지만 이런 분 덕분에 그나마 사회가 살만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달 초 서울아산병원장실에는 편지 한 장이 날아 들었다. 병원에서 청소일을 하는 한 아주머니에게 감사를 전하는 절절한 내용이었다.

7월9일 오전9시15분께 북부간선도로. 경기 구리시 인창동에서 2차로를 달리던 세피아 승용차가 1차로로 갑자기 넘어 들어와 엘란트라 승용차의 옆을 들이받았다. 피해 차량은 두 세 바퀴 구르다 중앙분리대에 부딪쳤다. 모친을 뵈러 남양주시로 가던 운전자 안모(46)씨는 목과 허리를 크게 다쳤다.

가해 차량은 안씨를 버려둔 채 전속력으로 도망쳤지만, 구름처럼 몰려든 구경꾼들은 웅성거리기만 할 뿐 누구도 뒤를 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안씨는 부상의 고통과 함께 생계와 치료비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때 서울아산병원 환경미화원이라는 최순만(52ㆍ여)씨가 나타나 ‘뺑소니’ 차를 잡았다고 알려왔다.

사고 당시 최씨는 자신도 모르게 가해 차량을 뒤쫓았다고 했다. 일요일 오전이라 도로는 비교적 한산했다. 그러나 차로를 이리저리 바꿔 가면서 시속 170~180㎞까지 내밟는 가해 차량의 질주는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그는 “함께 탄 남편이 ‘이러다간 우리가 다치겠다’며 말렸지만 피를 흘리며 쓰러진 피해자를 생각하니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30분 넘는 추격전 끝에 최씨는 서울외곽순환도로 구리톨게이트에 멈춰선 가해차를 따라 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 운전자는 오전9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혈중 알코올 농도 0.127%의 만취 상태였다.

최씨는 청소일 외에 밤에는 이불을 만드는 봉제일까지 하며 어렵게 사는 처지다. 남편이 지체장애2급의 신장투석 환자여서 혼자 벌어 생계를 꾸리고 있다. 안씨 역시 어려운 형편이어서 금전적 보답 대신 최씨가 일하는 병원에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띄웠다. 병원 관계자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면서 내 자신도 가슴이 따뜻해 짐을 느꼈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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