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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오페라단 '천생연분' 한국 창작오페라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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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오페라단 '천생연분' 한국 창작오페라 희망을 보다

입력
2006.10.1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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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천생연분’(10월13~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상연)은 오영진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원작으로 하여 이상우가 대본을 다시 쓰고 임준희가 곡을 붙여 양정웅이 연출한 작품이다.

‘천생연분’에서는 두개의 대립적인 구도가 서로 갈등하고 교차하며 전체 구조를 이끌어간다. 맹진사의 세속적 욕망에 의해 설정된 초반의 구도가 균열되고 주인과 종 사이의 교차적 결합으로 순수한 사랑과 자유를 찾는 후반의 구도로 전환된다.

전자의 구도가 철저한 이해 타산과 낡은 관습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후자의 구도는 순수한 사랑과 자유를 향한 의지적 선택으로 성취된 것이다. 대본과 연출, 그리고 작곡은 삼위일체가 되어 전자의 구도에서 후자의 구도로 넘어가는 과정을 해학적인 풍자와 신비스럽고 낭만적인 서정성의 대비로 속도감있게 끌어간다.

자칫 식상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21세기의 현대적 감각이 요구하는 세련된 색채 및 속도로 재구성한 데에는 미니멀리즘을 이용하여 한국적 이미지를 탐미주의적으로 형상화한 무대감독 임일진과, 음악의 특징적 재료를 경제적으로 사용하면서 용의주도하게 긴장과 이완의 음악적 템포를 조절한 임준희의 힘이 컸다.

테마음악으로 사용된 영산회상의 ‘타령’은 한국적 정서로 극의 전체적 통일감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타령’의 모드는 전통 혼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음악적 이미지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단조적 모드와 장조적 모드 사이에서 음양(陰陽)을 모두 포괄하는 중성적 모드이다. 작곡가는 이러한 ‘타령’의 모티브를 혼례와 같은 특정장면을 직접 재현하는데 국한시키지 않고 사랑과 결혼에 대한 서정적인 낭만성을 표현하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변형시켜 그 잠재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편 해학과 풍자적 정서를 표출하거나 긴박한 극적 전개에는 전통 장단에 기반한 빠른 리듬이 이용되었다. 자진모리나 휘모리 장단 외에도 3+3+2+2+2로 조합되는 혼합구조의 전통적 리듬은 극의 전개를 긴장감 있고 역동적으로 몰아가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관현악 편성에서는 국악기와 양악기가 한양합주 편성으로 대조 및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관, 현, 타악 파트에 속하는 악기들이 저마다 다양한 색채 구사에 적절히 배합되고 있다.

서구에서 오페라는 지난 300여년 동안 대중적인 종합예술로 자리 잡아왔다. 이번 ‘천생연분’이 ‘한국의 창작오페라’라는 특수한 명분을 넘어서서 오페라 본연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답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이 시대의 살아있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었다”는 작곡가의 팸플릿 노트가 시사하듯이, 현대 예술가들이 유혹당하기 쉬운 엘리트주의적 난삽함을 최대한 절제하고 통속적 재미와 예술적 세련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제작진 모두의 수고와, 이질적인 동서양의 음악 어법들을 서로 조화롭게 융합시키며 극과 음악의 효과적 결합을 시도한 작곡가의 재치와 섬세한 감각에 관심과 격려를 보내야 하는 시점임은 분명하다.

이소영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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