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에는 ‘사치품(luxury goods) 금수조치’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결의안은 “회원국들은 사치품들이 그 원산지를 불문하고 각국의 영토나 국민, 국적선, 항공기 등을 이용해 북한으로 직간접적으로 제공되거나, 판매ㆍ이전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사치품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 지도부 결속력을 떨어뜨리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비드 애셔 전 미 국무부 북한 불법행위 조사팀장은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이 권력층의 충성심을 유지하기 위해 마카오 등 외국은행의 돈으로 고급 승용차와 코냑을 구입해 나눠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 루트를 차단함으로써 간부들의 충성심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지배체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사치품 금수’에 담긴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에 고개를 갸웃대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 날카롭게 맞선 상황에서 북한 지배층들이 한가롭게 사치품을 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품겠느냐는 것이다.
금수조치가 실제로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사치품의 기준 자체가 모호한데다 중국 등이 조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연구소(CAN)에서 외국 리더십 연구를 맡고 있는 켄 가우스 이사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통해 사치품을 구입할 경우 사치품 차단 제재조치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치품 금수’ 조항은 그 실효 보다는 북한 정권의 비도덕성을 드러내 보여주고 동시에 안보리의 북한 제재가 일반 국민이 아닌 정권을 겨냥한 것임을 천명하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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