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에서 14일 밤 20여분간 방송이 중단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기계 결함으로 인한 방송 사고는 더러 있었지만, 지상파 TV가 20여분이나 ‘먹통’이 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국가기간방송 KBS의 비상시 대응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KBS 2TV는 14일 오후 11시 8분께 ‘위기탈출 넘버원’ 방송 도중 갑자기 화면과 소리가 끊기고 초록색 화면만 뜨면서 방송이 중단됐다. 이후 11시 16분께부터 화면이 복구됐으나 음향은 나오지 않았고, ‘드라마시티’ 초반부인 11시 29분께에야 방송이 정상화됐다.
KBS가 밝힌 사고의 1차 원인은 송출 장비의 고장. TV송출팀 관계자는 “서울 본사의 2TV 주조정실에서 송신소로 보내기 전 영상과 음향을 분리하는 장비(Demux1)가 고장 나 방송이 중단됐으며, 예비 장비로 교체해 방송을 복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응급복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2TV 주조정실은 재작년 디지털로 전환했는데 디지털 시스템은 아날로그보다 훨씬 복잡해 단계별로 점검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송 중단 후 사고를 알리는 비상화면 대체도 상당시간 지연되는 등 위기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방송계 관계자는 “기계 결함으로 사고가 나도 비상시 대처 매뉴얼만 철저히 지켰다면 방송이 20여분이나 ‘먹통’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BS는 15일 오전 김홍 사장직무대행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유강석 기술본부장 등 5명으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 및 응급복구 지연 사유 등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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