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다. 그러나 군사적 대안이 올바른 해법은 아
니다.”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동북아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
해보는‘제2차 동북아 안보정책포럼’이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주최로 12,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동북아 협력적 안보질서의 구축’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의 안보문제전
문가들이 참석해 북한핵 및 미사일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참석
자들은“북한 핵실험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진단하고“관련 당사국들이 긴밀한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 북한
을 다시 협상 무대에 세워야 한다”고강조했다. 그러나 군사적 제재에 대해
서는“북한의 극단적 선택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조엘 위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발표를 통해“6자회담이 무력해진 이후 북핵 문제는 충돌의 길로 가고 있다”며“부시 행정부는 외교적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제재를 비롯한 미국의대북 봉쇄정책이 핵실험 강행이란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위트선임연구원은 현 정부 임기 내에 북핵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며 북한 핵실험과 관계없이 미국의 대북정책은 강경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2009년 출범할 새로운 정부의 재협상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며“다만 남은 2년 동안 양자대화를 비롯해 부시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북핵 해법 및 북미관계의 변화를 모색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오 씬닝 중국 국방대 국제안보연구소(ISS) 교수는“그동안 북핵 사태에 대한 주변 당사국들의 사려 깊지 못한 대처가 북한 핵실험이란 재앙을 자처한 것”이라며“사실상 고립상태에 처해 있는 북한이 생존위협에 대한 반작용으로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고 분석했다. 또 강력한 한미동맹체제도 북한의 안보 불안감을 가중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구오교수는“중국이 딜레마에 빠져있다”는 말로 중국의 난처한 입장을 대변했다. 우호관계를 기조로 하는 대북정책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방안은 상충하기 때문이다. 그는 북핵 해결방안으로“신뢰구축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미국은 대북 강경정책에서 탈피해 대화에 나서야 하고 북일간 외교관계도 조속히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북한도 한반도 비핵화의지를 새롭게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한국의 지속적인 대북 지원정책이 북한 미국 양쪽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대북원조를 확대하면 미국이 탐탁지 않게 여기는 데다 한미간 공조 강화는 남북경협의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홍교수는“북한이 미국에 설득당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더라도 한국이 6자회담의 틀을 전면폐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비록 북한이핵실험을 강행했지만 대화와 타협의 여지를 남겨 두고 제재방안을 마련하는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일정한 대가를 제공하는등 관련 당사국들과 함께 북한의 체면을 살려줄 기회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북핵 문제해결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반도의 비핵화, 비무장화는 위험한 발상”이라며“북한의 변화과정을 지켜보며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가와 신이치(小川伸一)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연구부장은“북한의 핵실험은 정권안보 차원에서 치밀하게 이뤄졌다”며“김정일 정권의 생존과 강경한 군부를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북한 핵실험이 동북아 세력 균형의 균열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한^미^일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
본의 핵무장화에 대해서는“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기 때문에 핵개발 및 핵무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북한 정권의 생존 부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며“특히 북한의 최대 지원국인 중국이 지원을 중단하면 더이상 핵개발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렉산더 제빈 러시아 극동연구소(IFES) 한반도 연구센터장은“북한 핵실험은 햇볕정책의 실패가 아니며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정권 붕괴를 노리는 부시 외교의 실패”라며 미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제빈 연구센터장은 지난해 9월 미국의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북한 핵실험의 직접적 배경으로 지목하며“역사적으로 북한은 미국과 타협을 원했지만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번 핵실험도 정권 유지를 위한 맞대응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북미간신뢰 회복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또“러시아와 중국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한반도가 미국 일본의 국가 이익을 대변하는 요새가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 봉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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