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사 용접 조각으로 유명한 재미 작가 존 배(69)가 최근 10년 간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가 갤러리 현대에서 12일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강철 막대를 자르고 용접해서 만든 것이다. 차고 단단한 강철의 선으로 이룩한 추상적인 형태가 음악적인 리듬과 조화로 숨을 쉰다. 철사 조각으로 촘촘하게 짠 철망을 살포시 겹쳐 꽃잎처럼 펼치거나, 간결한 격자 형태를 조금씩 방향을 틀며 쌓아 올려 우아한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긴 철사를 한 번도 끊지 않고 구불구불 말아서 크고 둥근 공 모양을 만들거나, 흔들리는 갈대처럼 부드럽게 휘어 바람이 지나간 길을 내기도 한다. 거미줄처럼 섬세하게 퍼지고, 얇은 천처럼 투명하게 뻗어나가는 선들은 사이사이에 정갈한 여백을 품은 채 물결 치듯 흘러 사뭇 명상적인 느낌을 준다.
억센 강철 조각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만큼 순하고 아름다운 이 작품들에는 철사의 잘린 마디와 용접 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작가가 쏟았을 고된 땀방울을 짐작케 한다. 그는 우리 나이로 칠순이 된 지금도 조수 없이 혼자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12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1950년대부터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뉴욕의 명문 미술학교인 프랫 인스티튜트의 최연소 교수가 돼 가르치다가 2001년 퇴직해 명예 교수로 있다.
한국에서는 1982년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는 2003년 로댕갤러리에서 연 회고전 이후 3년 만이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만든 작품 20여 점을 제작 과정을 담은 드로잉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29일까지. (02)734-6111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