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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년왕 '엄마 아빠 이혼, 가슴이 쿡쿡 쑤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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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년왕 '엄마 아빠 이혼, 가슴이 쿡쿡 쑤시지만…'

입력
2006.10.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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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이 글ㆍ유준재 그림 / 문학동네 발행ㆍ9,000원

5학년 경표의 일상은 팍팍하다. 아빠는 오디오만 끼고 살고 엄마는 텔레비전만 본다. 선생님이고 친구고 학교에는 죄다 맘에 안 드는 사람들 뿐이다. 미모사 잎처럼 몸을 웅크리고 잠들던 경표는 몽유병을 앓는다. 몽유의 언저리엔 생생한 꿈이 있고 경표는 거기서 자기와 똑같이 생긴 소년 달온을 만난다. 그에게 이끌려 도착한 곳은 거울왕이 군림하는 바닷가 마을이다.

가면 쓴 지배자 거울왕의 등장으로 불행은 걷혔지만 더 이상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 꿈 속 마을. 이는 경표 마음 속 살풍경에 대한 은유다. 불행한 기억을 모두 바다에 가둔 거울왕은 경표에게 행복한 기억의 창고인 거울로 만든 집의 파수꾼이 될 것을 종용한다. 이혼을 앞둔 부모님과 마음 둘 곳 없는 급우들을 부정하고 자기애로 도피하고픈 욕망. 하지만 자신의 분신인 달온에게 무한한 애정을 베풀던 해온이 잠겨 있는 바다는 더 이상 경표에게 회피 대상이 아니다. 소년은 거울왕에 굴종하는 대신 그의 가면을 잡아챈다. 독자는 거울왕이 달온이고, 달온이 경표임을 이미 예감하고 있다.

이 판타지 성장소설은 응석받이 소년이 의젓한 소년왕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할 성장통을 형상화한다. 인생이란 결국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모두를 짊어지고 가는 길임을 경표는 서서히 깨닫는다. 그래서 ‘가슴이 쿡쿡 쑤시지만’ 이혼은 부모님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늘 잘난 척하던’ 짝꿍 미진이의 여린 마음을 헤아리며, ‘주는 거 없이 미운’ 왕따 경서와 놀고 싶다는 선의를 품는다.

어린이 독자를 겨냥했음에도 이 소설은 친근한 계몽보다는 밀도있는 서술에 치중하고 있다. 작품을 읽고 내면의 반향을 느끼려면 상당히 조숙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경표의 꿈을 통해 펼쳐지는 판타지가 어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엔 스케일이 작고 도식적인 점도 아쉽다. 올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출판사가 일곱 번 공모 끝에 처음으로 대상을 수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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