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합의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제재 결의안 내용을 살펴보면 미일이 보다 완화된 제재를 주장한 중국, 러시아 등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양측의 협상은 중ㆍ러의 문제제기에 따라 군사적 조치 및 무력충돌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고 결과는 무력사용 가능성이 대부분 ‘제거된’ 상태에서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중국 등은 논란을 빚은 유엔헌장 7장 가운데서도 제재 실행을 위해 육ㆍ해ㆍ공군의 군사적 조치를 허용한 42조의 원용을 배제하고 제재가 비군사적 조치만을 열거한 41조의 원용에 국한토록 함으로써 북한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현저히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방식은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안에서도 활용된 바 있다. 물리적 충돌의 소지를 다시 더 줄인 것은 북한 선박 등에 대한 검문검색의 실시를 유엔 회원국의 ‘의무사항’에서 ‘협조사항’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당초 미일이 제시한 안은 북한 반출ㆍ반입 화물에 대한 전면적 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조치를 의무화했으나 잠정 합의안에서는 ‘필요하다고 간주될 경우’에 한해 협조하도록 했다. 선박 등의 검문검색 여부를 회원국의 최종 판단에 맡기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조항은 미국이 현재 주도하고 있는 국제협력체제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밀접히 연관됐던 것으로 미국은 논의과정에서 이번 결의안을 계기로 전세계적 차원으로 PSI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었다. 존 볼튼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우리는 결의안에 관계없이 북한 선박 등을 검문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결의안이 확보되면 현재 PSI에 참여하고 있는 70여개국이 아닌 유엔 회원국 190여개국이 PSI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이런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시도는 좌절됐으나 미국이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회원국의 ‘협조’를 독려할 것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작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동맹관계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협조 요구에 더욱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잠정 합의된 결의안에서도 북한에 향후 행동 여부에 따라 안보리의 추가 조치 가능성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미래에까지 군사력 사용 가능성이 완전 배제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무기금수와 관련해선 재래식 무기에 대한 전면적 금수에서 금수대상을 특정 대형 무기에 국한시켜서 절충점을 찾았다. 금융제재에 있어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결의안 1695호의 수준을 다소 강화한 형태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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