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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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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다

입력
2006.10.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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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간 밀고 당기는 게임을 벌여온 지 십수년, 핵실험은 누가 봐도 명백한 레드라인(redline)이었다. 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북한이 결국 넘어서고 말았다. 엉키고 엉킨 북미간 게임에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 붕괴하고 있는 제네바합의 틀

이 시점에서 그간 벌여왔던 북미간 게임의 성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몰락 이후 소위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면서 체제 보전을 당면과제로 삼아왔다.

선군정치와 강성대국론을 앞세워 체제를 보전하려 했던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여기에 핵개발을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시켰다. 핵확산에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면서 체제 보장을 담보 받기 위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로 봤던 것이다.

경우에 따라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제스처도 쓸 수 있고, 만에 하나 여의치 않으면 핵 무장한 강성대국의 길을 간다는 것이 북한의 계산법이었다. 요컨대 핵개발은 북한으로서 꽃놀이패에 가까웠다.

물론 이 계산법에는 핵무장 이후 북한이 견뎌야 할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꽃놀이패가 체제붕괴로 치닫는 망조의 패가 될 수도 있음을 북한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정책결정 구조가 너무도 자의적 인식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으로서는 탈냉전기 비확산체제의 유지가 현존 세계 질서 유지에 관건이었다. 사실, 1994년 제네바 합의 틀은 북미 양국이 체제보장과 비확산이라는 이익을 확인하고 맞교환했던 등식이었다.

이 합의 틀이 거듭되는 상호 불신 때문에 붕괴되어 갔던 것이 지난 12년 동안의 과정이었다. 미국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프로그램으로 합의 틀을 넘어서려고 한다고 봤고, 북한은 미국이 자국의 체제를 보장하는 합의를 깨고 체제를 변화 (regime change)시키려 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994년 만들어졌던 맞교환의 구도를 최종적으로 확인했던 것이 지난 2005년 6자회담 9ㆍ19 공동성명이었다. 이제 핵실험으로 이 맞교환 틀에 구조적 붕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미간 이익 맞교환의 틀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은 핵으로 무장한 강성대국으로의 길을 가게 되고, 미국은 북한의 본격적 체제변화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실행에 옮기려 한다.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실행을 통해 북한에 대해 압박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다. 아울러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북한 체제의 고사전략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적 협력과 연대를 강화시킬 것이다.

동북아에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의 틀 속에서 일본과 한국을 결속시키는 전략으로 나갈 것이다. 미-일-한 남방 삼각관계의 복원과 강화는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강성대국과 체제변화의 대결

북한은 안보리 결의안에 강력히 저항하면서 핵실험을 재차 감행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담판을 요구할 것이다. 그런 다음 핵 관련 물질의 이전을 시도함으로써 미국의 리더십에 도전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다.

양국이 취해나갈 이 수순들은 우리에게 참으로 고통스러운 비용을 요구한다. 전망은 어둡다. 그러나 아직 모든 대안들을 포기해야 할 시점은 아니다. 이 현안이 무력적 수단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

우리는 대북 제재의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하면서도 대북 제재와 견제가 북한 체제의 고사가 아니라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외교적 수단을 통한 해법 강구에 아직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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