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대응조치의 수위를 놓고 여야가 날카롭게 맞서 있다. 핵 실험 직후 비교적 분명한 대응의지를 밝힌 노무현 대통령이 조금씩 후퇴하는 자세를 내비쳐 안 그래도 국민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당에 정치권이 앞장 서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북한 핵 실험 직후에 보인 자세가 대다수 국민의 정서에 부합했다고 이해한다. 한반도 안보상황이 전혀 새로운 차원에 접어든 만큼 기존 대북정책의 전반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읽을 수 있었다. 포용정책의 공과는 나중에 역사가 평가할 것이지만, 북한이 핵 실험이라는 중대 지점을 통과한 터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기존 정책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자세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독자적 대북 제재 방침이 어느 수준인지가 불확실하고, 참여 폭 결정에 기준이 될 유엔안보리 결의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섣불리 논란의 불씨를 던지긴 했지만, '비확산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조치한다'는 내용은 흠잡을 데가 없다. 따라서 여야의 논란은 정책 변화의 폭에 대한 상대적 성격이어야 했다.
우리는 현재의 논란에서 여당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본다. 어차피 야당의 주장은 정책 결정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므로 되도록 많은 것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거꾸로 여당이 정부의 방침을 가로막고 정책 변화의 폭을 좁히는 것은 방향이 어긋난다. 더욱이 여당의원 77명은 국회가 규탄 결의를 채택한 바로 다음날 따로 성명을 발표, PSI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포용정책 유지와 북미 양자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적어도 현재 논의되는 다양한 제재가 북한의 핵 실험에 보복하자는 게 아니라 북한을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제재는 전쟁이고, 대화는 평화라는 이분법은 유치하다. 북한과의 협상, 그에 앞서 미국과의 조정을 앞두고 있는 단계에서 미리 선택을 좁혀 둘 이유가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주장이라면 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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