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게는 이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와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북핵 문제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직접 당사국 출신인 그가 유엔 사무총장이 된 것은 공교롭기까지 하다.
출신 국가의 현안이면서 동시에 동북아와 세계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기에 반 장관으로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유엔 총회 참석차 12일 뉴욕에 도착한 반 장관의 일성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겠다”였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반 장관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담겨 있다. 난마처럼 얽힌 북핵 실타래를 풀기 위해 국제사회와 북한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당사국 출신이란 게 핸디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 관계자는 “미국의 입장을 편들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북한의 입장을 무조건 이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 그의 앞에 펼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반 장관이 그동안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서 북핵 외교를 진두지휘해 왔다는 점에서 적절한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외신들도 “반 장관의 사무총장 재임 성적은 주로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핵 해결이 유엔의 대외적 과제라면, 유엔 내부적으로는 개혁을 가속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탄생 60년을 넘어선 유엔은 크게 달라진 국제 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보리 확대 개편, 총회 기능 강화 등 회원국들의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안보리 개편 문제는 서방 강대국과 비동맹ㆍ개도국 간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좀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려는 개도국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선진국의 충돌 와중에 ‘유엔 무용론’마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열강과 제3세계의 중간자적 역할을 해온 대한민국 출신 유엔 사무총장의 창의적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무국 조직은 비대해졌지만 능률은 물론 투명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기력한 현안 대처가 도마에 올랐고, 곳곳에서 도덕성 논란도 벌어졌다. 과감한 유엔 내부 개혁을 통해 새 비전을 열어야 하는 숙제가 그의 앞에 놓여있다.
세계화 등으로 야기된 국가간 빈부격차와 인종ㆍ종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 적 합의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차기 사무총장의 중요한 과제다. 인류가 공동 번영을 이뤄낼 모색점을 찾아야 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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