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으로 중국과의 군사동맹 조약인 조중(朝中)상호우호조약을 사실상 파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저명한 홍콩 시사평론가 허량량(何亮亮)은 13일 문회보(文匯報)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하며 한국ㆍ미국ㆍ일본과 북한ㆍ중국ㆍ러시아가 균형을 이뤘던 동북아 지역구도가 한ㆍ미ㆍ중ㆍ일ㆍ러 대(對) 북한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중우호조약은 북한과 중국의 군사동맹 관계를 규정하고 있지만 제4조에는 ‘양국 공동이익과 관련 있는 모든 중대한 국제문제를 협의한다’는 의무조항이 규정돼 있다.
북한 핵실험이 중국 및 동북아에 엄청난 충격을 미치는 중대사인만큼 북한이 중국과 협의하지 않고 이를 강행한 것은 북한이 스스로 조약을 파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조약이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나타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예방하고 북한이 중국에 불리한 국면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조약은 이번 사태로 유명무실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되는 제3국의 침략에는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약 개정안을 북한에 제시했다고 홍콩 시사잡지 ‘개방(開放)’이 보도한 적이 있어 주목된다.
허량량은 “북한이 핵실험으로 자기 존재를 외부에 과시하는데 성공한 듯하지만 실제는 경솔한 수법으로 국제질서를 파괴했다”며 “북한은 자신만의 지정학적 장점과 민족적 자원을 핵폭탄으로 소멸시키고 말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의 자주 외교 및 햇볕정책, 중국의 북한 고립탈피 지원 정책 등으로 동북아에서 새로운 지역형세가 등장하려고 하는 상황을 북한이 계속 외면했다고 그는 진단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