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 경제제재를 추진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두 사업의 대북 자금거래는 일반 상거래에 해당하는 만큼 유엔 결의안과 큰 상관이 없다는 반응이다.
미국이 12일 제출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수정 초안에서 두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5항 d조다. 이 조항은 ‘회원국들이 북한 미사일 또는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과 관련된 금융자산 및 자원의 이전을 금지하고 여기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금융시스템 악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개성 금강산 관련 자금거래는 이 조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정부의 승인을 받은 합법적인 일반 상거래 행위이기 때문에 통제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객 입산 대가 송금이나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임금 지불 등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게 정부의 해석이다.
9일 핵실험 직후 제출된 미국측 초안에는 ‘위폐, 돈세탁, 마약’ 등의 불법행위가 미사일, WMD와 함께 금지대상으로 규정돼 있었다. 12일 수정안에서 3가지 항목이 빠진 것도 사업자에게는 다행이다.
만약 돈세탁 등의 항목이 들어갔을 경우 문제는 커질 수도 있었다. 금강산관광 대가를 북한의 해외 계좌에 송금할 때 미국이 북한의 돈세탁 혐의 계좌라며 동결시켜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해 9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를 동결시킨 후폭풍으로 북한 국제금융 거래망은 완전 마비됐다. 돈세탁 등 불법행위 항목이 포함된 결의안이 통과됐다면 북한의 금융망은 회복 불능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결의안도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채택된 결의안 1695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 된 것이다.
물론 결의안이 미국측 요구대로 통과된다면 해석에 따라 두 사업도 제재 대상이 될 여지는 있다. 수정 결의안 6항은 ‘식료품 결제, 임대, 저당, 의약품, 서비스 대가 등의 대북 금융거래는 안보리에 통보하고 승인을 받으면 예외로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예외 대상과 절차 등을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자의적 해석 가능성을 높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역으로 따지면 이러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거래가 모두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조계 견해도 있다.
특히 미국이 결의안을 폭 넓게 해석, “개성과 금강산에서 벌어들이는 돈도 북한 핵개발 등에 전용될 수 있으니 막아야 한다”고 한국을 압박한다면 어려움은 더 커지게 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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