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특사로 11일 방미한 탕자쉬안(唐家璇ㆍ사진)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북한 핵 실험 후 처음으로 북미간 접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베이징(北京) 외교 소식통들이 12일 밝혔다.
한 외교소식통은 “탕 위원은 단기적 사태 진정이 아니라 문제의 해결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방미는 중국을 매개로 한 북미간 간접 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이번 방미는 북미간 접점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탕 위원은 북한 핵 실험 이후 상황에 관한 큰 그림을 미국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대북 제재 수위만을 조율하기 위해 탕 위원이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탕 위원이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衛) 외교부 부부장을 대동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6자회담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던 올 봄에 방북해 중국측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었다.
베이징에서는 중국이 평양측 의사를 확인하고 미국으로 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평양의 메시지에 긍정적 대목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중재안을 내놓았을 수도 있다. 관측통들은 이런 관측의 근거로 북중 간 항시 대화 채널이 열려있는 점, 북 핵실험 직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더욱이 13일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관측은 설득력을 얻는다. 한중간에 북한의 진의파악과 대북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중국이 미국에 의사를 전달하는 수순은 중국을 매개로 한 남북한과 미국 등 4각 대화의 진행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중 양국은 13일 한반도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에 북한을 벼량 끝으로 내모는 추가적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탕 위원의 방미가 가시적 성과를 얻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금융제재를 풀기 전 6자회담에 나갈 수 없고, 북미양자 대화를 먼저 하자는 북한과 6자회담에 응해야만 양자회담이 가능하다는 미국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중국은 나름의 답안지를 가졌을 것”이라며 북한측 메시지가 미국을 만족시킬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탕 위원이 미국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하는 점, 미국이 대북 제재에 관한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는 점 등을 이유로 이번 미중 대화가 대북 제제 수위 등 제한적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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