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의 진위를 밝혀줄 방사능 물질이 실험 4일째도 감감 무소식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방사능을 감지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핵실험의 진위는 더욱 판단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과학기술부 이문기 원자력국장은 12일 “9일 핵실험 이후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에서 전국 38개 지점의 방사선준위를 2분 준위로 24시간 감시한 결과 방사선 준위는 평소와 다름없다”고 밝혔다. 핵실험으로 생기는 방사성 핵종인 지르코늄(Zr) 루테늄(Ru) 세슘(Cs) 세륨(Ce) 등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북한의 핵실험 실체를 규명하는 관건은 방사성 기체인 제논(Xe) 검출 여부이다. 이를 위해 과기부는 11일 스웨덴에서 제논 검출기를 들여왔다. 제논이나 크립톤은 기체여서 지하에서 실험이 이뤄졌더라도 대기 중으로 확산된다. 때문에 제논이나 크립톤 검출은 핵실험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힌다.
정부는 제논 검출기를 12일 휴전선 인근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기로 북한 상공까지 접근할 수 없으므로 정확한 측정이 이뤄지려면 날씨가 도와야 한다. 11일부터는 기류가 남쪽으로 불고 있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기상청은 “핵실험 직후인 9일 오전부터 10일 밤까지는 함경북도 지방에 서풍이 강해 기류가 동해쪽으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10일 밤 함북 지역에 한랭전선이 발생해 일부 낮은 기류(지상 0.1~1㎞)가 11일 낮 원산만 부근으로 남하했을 가능성이 있고 11일 밤부터는 북서-북동풍이 우세해 낮은 기류가 남쪽으로 불었다.
동위원소가 여럿 존재하는 제논의 반감기는 9시간부터 11일까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검출기가 극미량의 제논도 검출할 수 있어 핵실험 후 2주일까지는 제논 검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검출이 어려워진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황일순 교수는 “반감기가 짧은 핵종은 초기 많은 방사선을 방출하지만 날짜가 지날수록 반감기가 길고 신호가 약한 핵종만 남아 검출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빗물, 지하수, 동해 바닷물도 채취해 방사선 준위를 측정할 계획이나 지하수나 해수가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