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외압’을 주장하며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감사후보추천위원장을 사퇴한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12일 전화통화에서 “외압의 실체는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아니라 청와대”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김영환씨를 빼면 자발적 응모자는 한 명도 없는 파행적인 상황에서 제대로 감사를 추천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_김영환씨를 감사에 앉히려고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근거는.
“박 차관이 직접 입을 열었으니 말하겠다. 박 차관은 여러 차례 부탁해 왔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얘기도 했다.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잘 봐달라고 하면서 참으로 힘들고 어렵게 돌려서 얘기를 하더라. 미안하다고도 했다.”
_박 차관은 청와대에서 추천했지만 자신도 옳다고 생각해 얘기했다고 한다. ‘단순한 메신저’는 아니었다는데.
“박 차관은 나에게 청와대 쪽 입장을 잘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우리가 반박하면 ‘그래도 좀 봐달라’는 식이었다. 메신저가 아니라면 자기 선에서 커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박 차관도 김씨가 적임자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_청와대는 외압이 아니라 단순한 협의 차원이었다고 해명한다.
“단순한 협의만 했을 뿐인데 어떻게 두 번씩이나 자리에 맞지 앉는 인사가 올 수가 있나.”
_두 번째로 거론되는 감사원 과장 P씨의 경우는 어떤가. 박 차관은 거명한 적 없다고 한다.
“여론의 반발로 김씨가 후보에서 멀어진 이후 박 차관이 ‘두 번째인데 좀 봐줘라’며 감사원 사람 얘기를 했다. 직책과 이름은 얘기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주변에서 들으니 그 사람이더라. 위에서 찍어서 보내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이다.”
_오늘(12일) 열린 거래소 이사회는 어떤 분위기였나.
“ 감사 후보도 없이 주주총회 날짜를 잡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투표에서 졌다. 어떻게든 빨리 감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았다.”
_지금까지 감사 후보에 응모한 사람들은 몇 명인가.
“김씨를 빼면 자발적 응모자는 한 명도 없다. 우리가 몇 명 찾아봤지만 다들 하지 않으려 했다. 김씨 포함해 겨우 세 명을 인터뷰했다. 누가 들러리를 서려고 하겠느냐. 이래서는 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는 의미가 없다.”
_사태 해결 방안은.
“청와대에서 진정으로 뒤로 물러서고 추천위원회를 재구성해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법으로 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에서 뽑도록 했으면 그렇게 하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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