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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말라야 멋지다' 빼빼한 모델이 여성 건강 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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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말라야 멋지다' 빼빼한 모델이 여성 건강 공적?

입력
2006.10.1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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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세계 패션계는 ‘말라야 아름답다’는 유령과 씨름하느라 기진맥진한 상태다. 2007년 봄여름 유행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패션컬렉션이 런던과 뉴욕 밀라노 파리를 이으며 화려한 팡파르를 울려댔지만, 정작 패션계 초미의 관심사는 패션이 아니었다. 몸무게 였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패션쇼에 출연했던 모델 루이젤 라모스(22)가 ‘죽음의 다이어트’ 끝에 패션쇼 무대서 내려오자 마자 아사한 사건은 ‘말라야 아름답다’는 패션계의 절대선(善)에 심각한 의문부호를 던지는 계기가 됐다.

라모스는 ‘무대에 서려면 체중을 줄여야한다’는 모델 에이전시의 지적에 따라 패션쇼 시작 몇달 전부터 야채와 코카콜라 라이트로 연명하는 다이어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주일 동안은 일체의 음식을 끊고 오직 물로만 버텼다고 한다.

라모스의 죽음은 그러지않아도 ‘말라깽이 모델이 아름다운 여성상을 왜곡하고, 일반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비난에 불을 당겼다. 급기야 9월 중순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 파사렐라 시벨레스 패션쇼에서는 ‘너무 말랐다’는 이유로 패션쇼 조직위가 모델 다섯명을 패션쇼 현장에서 출연정지시키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체질량지수 18이하(5피트 9인치(약 179cm)에 125파운드(약 56kg))라는 이유였다. 세계보건기구(WHO)기준에 따르면 체질량지수 18.5~25사이가 표준 건강상태다.

마드리드의 결정은 즉각 런던과 밀라노 파리 등 패션도시들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런던패션컬렉션 조직위는 마드리드의 전범을 따르라는 영국의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컬렉션 홍보를 위해 개막식에서 모델촬영행사를 벌이려던 계획은 전면 취소했다. 밀라노컬렉션에서는 밀라노시장 레티시아 모라티가 직접 나서서 “디자이너들 스스로 건강한 모델을 캐스팅해야 한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모델의 죽음으로 유발된 몸무게 강박은 패션계 전체를 ‘여성의 아름다움을 왜곡시키며 거식증과 폭식증 등 정신질환을 야기하는 주범’이라는 비난에 직면케 하고 있다. 모델이 마르는 이유는 마른 몸을 요구하는 디자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유행한 스키니진이나 올해의 레깅스 패션 같은 작은 사이즈 옷은 마르지않고서는 소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파리패션쇼 진출을 시도했던 한 국내모델은 “허리 사이즈 24인데도 지퍼를 올릴 수 없어서 무대에 서지 못했다“고 말한다. 패션모델들의 키가 보통 176cm가 넘지만 무대에 선보이는 옷들은 허리사이즈가 커봐야 22인치 였다는 설명이다.

국내 패션계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마른 몸에 대한 강박은 다를 리 없다. 모델에이전시 모델센터 도신우씨는 “사이즈가 작은 옷이어야 예뻐보인다는 통념이 공공연해서 실제 매장에서 판매되는 옷은 77, 88사이즈인 중년대상 디자이너브랜드도 패션쇼에는 44나 55사이즈 옷을 내놓는다”고 말한다. 때문에 모델들이 항상 마른 몸을 유지하기 위해 블랙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는 것 같다고 귀띔한다. 한 모델출신 홍보담당자는 “국내 모델들이 보통 175~182cm인데 몸무게는 52kg을 넘기지않는 편”이라면서 “몸무게와 거식증은 모델계에서는 금기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지난주 파리에서 열린 장 폴 고티에의 쇼에는 무려 132kg이나 나가는 여성이 컨셉트 모델로 나서 눈길을 모았다. 세계 패션계를 강타한 마른 몸에 대한 논쟁을 패러디한 것이다. 패션칼럼니스트 조명숙씨는 “패션이 이미지를 파는 산업이지만 그 이미지를 사는 주체는 일반 소비자”라며 “무엇이 여성의 아름다움인가에 대한 합의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것이지, 패션계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논쟁이 패션계 내부에서만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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