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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반기문 시대'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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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반기문 시대'의 한국

입력
2006.10.1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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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10ㆍ9 핵 실험 때문에 망가지거나 손해를 본 사람이 많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100일 민심 대장정을 마친 날의 모습이 부각되지 못했고, 16년 만에 국경일로 부활된 한글날의 활동도 핵에 휩쓸려 버렸다.

가장 크게 손해 본 사람은 아마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일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내정의 의미와 개인스토리는 이미 크게 보도됐지만, 유엔안보리가 단독 후보로 지명한 날부터는 오히려 뉴스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유엔 자체에 대한 후속보도도 끊기고 세계는 지금 북핵문제로 시끄럽다. 하지만 반기문시대의 과제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은 많다.

유엔 가입 5년 만에 비상임 이사국이 되고 15년 만에 사무총장국이 된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평화 경제개발 민주화 인권 신장등 유엔의 이상과 목표를 이처럼 단기간에 실현한 나라는 없다.

6ㆍ25 당시 유엔 참전 16개국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했고, 그래서 1970년대까지 유엔데이(10월 24일)를 공휴일로 운영하며 떠받들어온 나라에서 '세속의 교황'이라는 유엔 수장이 나왔다.

● 유엔사무총장 배출의 감격

그런 감격을 넘어 이제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실질적인 국제화다. 모두가 국제화를 지향하지만 국제적으로 보편 타당한 가치와 목표에 맞지 않는 것은 여전히 많다.

국내 문제에 집착할 뿐 국제사회 문제에는 대응이 늦고 논란만 벌이다 결론 없이 끝내는 경우도 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과 닫힌 주체성이 교류 발전에 장애가 되는 점이다.

한류가 전세계에 번져 나가는 것은 좋아하면서 남의 것과 문화에 대해서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다. 예를 들어 일본 여성들이 '욘사마'에 열광하는 것처럼 우리 아줌마들이 일본의 대중스타를 좇아 다닌다면 이를 용납하고 이해할까.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 중국 대만 베트남은 물론 중남미에까지 우리의 드라마와 영화가 진출했지만, 우리는 거꾸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2002년 월드컵에서도 보았듯이 터키는 한국을 형제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아주 각별한 태도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만 못하며 지진 구호에서나 무역 면에서 오히려 깔보고 우습게 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어느 나라와 상대하든 일반 무역이나 FTA(자유무역협정)에서는 받는 게 있으면 주어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의 유엔분담금 체납규모는 세계 2위에 이른다. 체납액 1억 3,000만 달러를 7개년 계획으로 갚으려 했다가 3개년으로 최근 단축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외교통상부 간부가 업무보고 당시 "타워팰리스 사는 사람이 재산세 안 내는 것과 같다"고 그 문제점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일도 있다는데, 분담금 규모가 세계 11위인 국가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중요한 국제기구도 국내 유치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유치 이후에는 운영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이제 한국도 어른이 돼야

한국에는 이미 수많은 외국여성들이 시집 와 살고 있고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따른 혼혈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국민으로 생각하는 자세는 부족하다. 의식이 달라져야 하며, 개개인의 국제적 역량과 네트워크의 구축도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등에 지원하는 공적 개발원조(ODA)는 세계 11위라는 경제규모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가 반 장관의 총장 확정 이후 올해 788억원에서 내년에 7,279억원, 후년에 8,636억원 식으로 늘려 2010년엔 1조원 이상 지원키로 했다. 좋은 일에는 이렇게 비용이 따르는 법이다. 남의 대접을 받으려면 자기 지갑을 먼저 열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유엔 사무총장은 별 힘이 없다. 그의 파워는 모럴 파워(도덕적 힘)일 뿐이다. 한국이 세계를 대상으로 어리광을 부리거나 엄살과 투정으로 대충 넘어갈 수 있던 시대가 가고 있다.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진짜 어른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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