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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이제 막 결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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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이제 막 결혼하다

입력
2006.10.1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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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날을 평일로 잡아 여느 때처럼 출근해서, 조퇴를 하고 자기 결혼식장에 참석했다는 사람 얘기를 들었다. 당사자로부터 청첩장도 받지 못하고 조퇴 사유를 통해서야 결혼소식을 듣게 된 직장 동료들이 어떻게 처신했을지 궁금하다. 괘씸하지만 그럴수록 악착같이 하객 노릇을 하려고 그날의 신부를 따라 우르르 조퇴했을까?

얼마 전 한 젊은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내가 이 나이에 예식장 쫓아다니고 싶지 않고" 운운하자 너그러이 이해해줬다. 생각해보니 거의 자식뻘 친구인데, 나로선 그걸 의식하지 못하고 대했었다.

그만큼 그가 말이 통했다는 거겠다. 결혼 상대 사진을 휴대폰에 담아 다니면서도 "이 사람은 세 번째 남자예요" 농담했었다. 자기 옆 두 자리는 비어 있다는 뜻이다. 나도 그 말을 써먹어보고 싶은데 누가 물어봐야 말이지. 보여줄 사진도 없고.

아무튼 그 친구한테 결혼 축하선물을 전해야 할 텐데, 곧 초대한다더니 소식이 없다. 라로슈푸코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함께 있는 것을 조금도 지루해하지 않는 것은 자나 깨나 그들 자신에 대한 얘기만 나누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나 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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