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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가볍게 여기다 병 키워요 '마음의 감기'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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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가볍게 여기다 병 키워요 '마음의 감기' 우울증

입력
2006.10.1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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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곳곳에서 ‘우울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람들은 대부분 “낙엽이 떨어지니 마음이 심란하다”는 등의 표현처럼 우울증을 그저 그런 심리 상태로 가볍게 넘기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절대 가벼운 병이 아니다. ‘마음의 감기’처럼 누구나 걸리는 가벼운 증상에 그칠 수 있지만 마냥 방치하다가는 ‘죽음’으로 치닫는 에스컬레이터로 돌변할 수 있다.

전문의들은 “미래 세계에 가장 부담스러운 질환 1위는 암이 아니라 바로 우울증”이라며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된 우울증은 사회 구성원들의 작업능률을 떨어뜨려 사회에 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중증 질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자살자의 80% 는 우울증 환자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1년 36만8,000여명에 그쳤던 우울증 진료 환자수가 2005년 55만1,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른 처방조제 건수도 2001년 5만2,000여건에서 2005년 8만9,000여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러한 우울증 환자는 매년 6,000~6,500여명에 달하는 자살자 가운데 약 8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질병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윤세창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은 평생 한 번 이상 앓을 가능성이 15%로 매우 흔한 질병이고 외국 보고에 따르면 병원을 찾는 환자의 약 10%는 우울증을 갖고 있다”며 “뇌신경학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대부분의 우울증은 치료할 수 있지만 가볍게 여기면 재발이 잦아져 병이 만성화하고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족력 있으면 발병률 10배 높아

우울증이 찾아오면 주로 절망감, 외로움, 무가치감, 죄책감을 드러내며 슬픔을 심하게 느끼게 된다. 즐거움은 느낄 수 없고 감정의 반응이 무뎌지거나 아예 없어지는 무감동증을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아침에는 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녁무렵에는 좀 나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자기 비하도 심해진다. 자신은 무능하고 열등하며 언제나 적절하게 행동하지 못한다고 자책한다.

신체적으로는 흔히 식욕을 잃어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활동량이 줄고 많이 먹어 살이 찌기도 한다. 만성적인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고 사시사철 감기를 달고 사는 것도 우울증 환자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이러한 우울증은 왜 생길까.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기분을 조절하는 대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노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등이 적절한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생기는 것” 이라고 설명한다.

유전적인 원인도 우울증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 우울증 환자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무려 10배까지 발병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족의 관심이 최고의 치료법

우울증 증상을 보이면 가장 먼저 가족이 ‘눈치’를 챌 수 있다. 전문의들은 어떤 약물치료보다 가족의 관심이 우울증 환자의 증세를 호전시키는 명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성길 연세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환자가 외로움과 불안감을 지울 수 있도록 함께 있어주고 대화거리가 없어도 말을 나누는 게 필요하다” 며 “특별한 대화법이 아니라 환자의 말을 들어주면서 단순히 맞장구만 쳐줘도 80%의 치료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 교수는 또 “환자에게 ‘내가 뭘 해줄까’ 와 같은 질문을 수시로 해 가족이 환자에게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좋다” 며 “죽고 싶다는 기분이 드는 지와 같은 진지한 질문도 가끔 던져 환자의 심리적인 상태를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심과 함께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우울증은 약물로 깨끗하게 치료되며 최근 개발돼 시판중인 항우울제들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편이다. 습관성과 중독성이 적어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흔히 정신과 약물을 먹으면 머리가 둔해진다는 등의 속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약물치료 후 조금 나아져도 재발 방지를 위해 9개월~1년 정도 장기간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 우울증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의 증상들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이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1.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걱정거리가 많아진다.

2. 쉽게 피곤해진다.

3. 의욕이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4. 즐거운 일이 없고, 세상일이 재미가 없다.

5. 매사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절망스럽다.

6. 스스로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불필요한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7. 잠을 설치고, 수면중 자주 깨 숙면을 이루지 못한다.

8. 입맛이 바뀌고 한달 사이에 5% 이상 체중이 변한다.

9. 답답하고 불안해지며, 쉽게 짜증이 난다.

10. 거의 매일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늘어나며,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낀다.

11. 자꾸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12. 두통 소화기 장애 또는 만성 통증 등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신체증상이 계속된다.

※ 3가지 이상일 때 약한(경한) 우울증, 6가지 이상일 때 심한 우울증 증상입니다.

※ 단, 우울증의 최종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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