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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영어는 언제까지나 '언어의 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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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영어는 언제까지나 '언어의 왕'일까

입력
2006.10.1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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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사용 인구를 모국어 사용자와 외국어 사용자로 구분해 비교하는 것은 흥미롭다. 한국어는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이 아주 드물고, 대부분 한국 북한 중국 그리고 러시아에 있는 한민족만 쓰고 있다.

● '인글리쉬'와 '톡피신'

그러나 영어는 모국어 사용자의 수는 중국어와 힌두어만큼은 되지 않지만 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영어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해 전 세계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약 19억명이 된다고 한다.

영어를 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외국어로 쓰는 것이 현실이다. 20세기에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 중 9%가 모국어 사용자였다면, 2050년엔 5%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즉 사용자는 늘어나지만 모국어로 쓰는 비율은 줄어드는 것이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이라도 사소한 점은 잘못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지만, 모국어 사용자는 사소한 점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영국인과 중국인이 서로 한국어를 외국어로 쓸 경우 원래 모국어에 존댓말이 없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나고 친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반말을 하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관사나 미묘한 발음 등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용어가 24개인 인도에서는 다른 민족 사이에 어쩔 수 없이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도식 영어인 이른바 '인글리쉬(Inglish)'가 생겨났다. 가끔 인도의 인터넷 사이트를 살피다 보면 영어를 다른 식으로 쓰거나 힌두어와 많이 섞여서 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간단한 예로 'You are giving me a new phone?'(새 전화를 주는 것이냐)을 'You are gifting me a new phone?'으로 쓰거나, 'Taxi-wallah'(택시운전사), 'Hungry, kya?'(광고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표현 - Kya는 질문을 할 때 쓰는 접미사)처럼 힌두어와 섞어 완전히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낸다.

또 다른 좋은 예는 '톡피신'이다. 파푸아뉴기니의 공용어인 톡피신은 영어가 변해서 생겼다. 언어가 850개나 있는 호주의 식민지였던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쓰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려운 부분이 대부분 빠지고 문법도 단순화됐다.

예를 들면 'Where do you want to go'(어디고 가고 싶냐)는 'Yu laik go we?'가 됐다. 모음도 5개밖에 없고, 영어 단어에 자음이 2개 있을 경우 마지막 자음이 빠질 때도 있다. 관사인 'a'와 'the'는 사라진 지 오래다. 단순화된 영어가 아니라 영어 모국어 사용자도 알 수 없을만큼 표현과 사용법이 달라졌다.

● 사용자 늘수록 불확실한 미래

엔진이 고장난 차를 계속 밀 때 속도가 높아지면서 언젠가는 밀고 있는 사람보다 더 빨라진다. 영어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모국어 사용자가 줄어들면서 100년 후, 아니 몇십년 후에 모국어 사용자들조차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릴지 모른다. '언어의 왕'인듯 한국인들이 앞다퉈 배우고 있는 영어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ㆍ프리랜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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