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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크립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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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크립톤

입력
2006.10.1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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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 한 동안 안 보인다 했더니 고향 별 크립톤을 찾아 갔었다나. 지난 6월 개봉됐던 외화 '슈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는 '슈퍼맨 1'(1978)의 뒷얘기를 이어 시작한다.

크립톤 행성을 찾아 떠났던 슈퍼맨이 5년 만에 지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에서 슈퍼맨은 남성적인 힘, 강한 미국의 상징이다.

돌아온 슈퍼맨은 "세상은 슈퍼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달라진 세상 인심에 고독해 하기도 하지만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구세주적 역할을 여전히 자임한다. 지구를 들어올리고 광속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다니는 그도 고향 별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 크립토나이트 앞에선 무력해진다.

▦ 지구에서 45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는 별 크립톤은 가상의 행성이다. 희귀 원소 크립톤(Kripton)의 명칭을 붙였을 뿐이다. 크립톤은 헬륨 네온 아르곤 제논 라돈 등과 함께 주기율표 18족에 속하는 불활성 기체다.

원자번호 36, 원자량 85, 대기의 0.00011%를 차지한다. 1898년 영국의 과학자들이 발견하여 '숨은 것'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kriptos를 따와 명명했다.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하지 않는 성질 때문에 헬륨 네온 아르곤처럼 전구에 넣는 가스로 쓰이기도 한다.

▦ 이 생소한 원소에 요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연계에 기체상태로만 존재하는 크립톤은 우라늄을 태운 핵연료봉을 재처리하거나 핵 폭발 시에 발생하는 물질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그 대기 중 크립톤 85 양의 변화를 측정하면 북한의 핵실험 미스터리를 상당부분 파악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이 첨단의 특수 탐지기를 띄워 크립톤 측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 핵실험의 경우에는 크립톤이 대기 중으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어 그런 노력이 헛수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온통 나쁜 뉴스로만 취급되는 북 핵실험이지만 미국의 한 경제전문가는 굿 뉴스의 측면을 보았다. 북 핵 보유에 관한한 경제의 독인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핵 보유국과는 전쟁을 벌이기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전쟁 가능성이 줄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이 성공했는지, 실패했거나 부분 성공했는지, 아니면 숫제 재래식 폭약을 터뜨려 핵실험으로 위장했는지 헷갈리는 상황이어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립톤을 측정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슈퍼맨의 크립토나이트처럼 미국은 북한 땅의 크립톤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지.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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