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고질적인 약점인 수비 불안이 시리아전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단순히 FIFA랭킹 116위 시리아에 실점해서가 아니다. 전반적인 수비 조직력이 A대표팀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크게 부족했다. 베어벡호의 포백 수비라인을 현장에서 지켜본 전문가들은 “빠른 시간 내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어이없는 실점
동점골 상황은 명백한 중앙 수비의 실책. 시리아의 공격수 지아드에게 긴 롱패스가 들어왔을 때 중앙 수비의 한 축을 맡았던 김상식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기 위해 앞으로 전진했다. 하지만 이는 김동진과 호흡이 맞지 않았고 결국 GK와 일대일 찬스를 내주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최진한 전 대표팀 코치는 “상대의 롱패스에 넓게 오픈 됐을 경우에는 앞으로 전진해서는 안 되는 것이 센터백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 센터백의 부재
한국 수비진은 여러 차례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4명이 일자로 늘어선 수비는 조직력에서 커다란 문제점을 드러냈다. 가장 커다란 이유는 포백 라인의 ‘지휘자’가 없다는 점. 중앙 수비로 기용된 김동진과 김상식은 소속팀에서 전문 센터백 요원이 아니다. 김동진은 측면 미드필더, 김상식은 중앙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은 “베어벡 감독이 왜 김동진과 김상식을 중앙 수비로 기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찼다.
GK와의 호흡도 문제
지난 9월 이란전과 마찬가지로 시리아전 실점 역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나왔다. 모두 골키퍼가 문전을 비워놓은 상태에서 수비수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를 보이면서 실점한 것. A매치 경험이 짧은 김영광이기에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실점도 골문을 비워놓은 상태에서 커버 플레이에 나선 수비수들에게 적절한 지시를 취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김호 전 수원 감독은 “GK와 센터백 사이의 거리 조절이 적절하게 되지 않고 있다. 이는 오프사이드 붕괴의 위험이 있고 실제로 이날 실점 상황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며 수비수와 골키퍼 간의 유기적인 호흡을 아쉬워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
■ 양팀 감독의 말
▲핌 베어벡 한국 감독
시작은 매우 좋았다. 완전히 경기를 장악하면서 추가골을 기대했다. 하지만 수비 집중력을 잃어 동점이 됐고 그것을 회복하는 데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렸다. 전반에도 충분히 추가골 찬스가 많이 났고 후반에는 더 압박을 가하면서 풀어나갔다.
시리아는 8,9명이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수비해 공간이 많이 나지 않았다. 추가득점에 실패한 점은 실망스런 결과다. 최종 패스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져 찬스는 많이 만들어도 득점하지 못했다. 추가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교체를 한 명도 하지 않은 이유는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좋았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파예르 이브라힘 감독
비긴 것 만으로도 만족한다. 베스트 선수 11명 가운데 부상에다 경고 누적으로 7명이 빠진 가운데 경기를 진행했다. 한국이 70% 정도 경기를 지배했는데 아무 소용없다. 축구는 골을 넣는 게 중요하다.
한국이 마무리가 상당히 안 좋은 것 같다. 헤딩은 좋지만 발로 마무리하는 부분이 아직 미흡하다. 한국은 이란과의 원정에서 상당히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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