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도소에서 지병이 악화해 숨진 30대 선원이 선배 신분으로 위장해 노역형(勞役刑)을 치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선원은 목포해양경찰서에 검거된 뒤 광주지검 목포지청을 거쳐 목포교도소에 수감될 때까지 3번의 신원확인에서 가짜 신분이 들통나지 않았다.
8일 전남대병원에서 숨진 성모(38ㆍ전남 신안군 비금면)씨는 지난해 사기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이를 납부하지 않아 지명수배됐다. 성씨는 지난달 18일 선원으로 취업하기 위해 신안군 지도읍 송도선착장에 들렀다가 목포해경의 검문을 받았다.
그는 수배사실을 숨기기 위해 평소 외우고 있던 선배 이모(46ㆍ신안군 비금면)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대며 이씨 행세를 했다. 그러나 이씨 역시 200만원의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 중이었다.
현장에서 성씨를 검거한 해경은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목포지청에 인계했고 벌금 200만원을 납부할 능력이 없던 성씨는 목포교도소에 수감돼 40일간 노역을 하게 됐다. 성씨는 자신의 신분을 사실대로 밝혔다면 14일간의 노역형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 끝내 이씨로 행세하며 노역을 계속했다. 교정 당국은 성씨가 뒤늦게 실제 신분을 밝힐 경우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가 추가될까 두려워 이씨 신분을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씨는 실제 신분은 노역 19일째인 7일 갑자기 쓰러지면서 밝혀졌다. 교정당국은 성씨가 간경화 말기여서 회복이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을 이씨 가족에게 통보하던 중 신원이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즉각 검찰에 통보했다. 목포지청은 ‘노역장유치지휘 집행취소’를 통해 성씨를 석방했지만 그는 다음날 숨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경은 “휴대용 신원조회기는 주민등록번호와 성명이 일치하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고 목포지청은 “해경이 성씨를 인계할 때 조사를 마친 상태라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목포교도소도 “검찰의 노역집행지휘서에 기재된 인적사항에 따라 수감했다”고 말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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