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하기도 하고 불안했다."
지난 9일 차기 유엔사무총장 단독후보로 지명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선거과정에서 복잡했던 심경을 주변 인사들에게 이렇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곧 선두를 지키며 거칠 것 없이 4차 예비선거 만에 총장에 낙점된 반 장관도 초조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1일 외교부 고위관계자와 지인 등에 따르면 7월24일 유엔안보리 15개 이사국들의 1차 예비투표 당시 찬성 12표(기권1, 반대1표)로 1위를 차지했지만, 미국의 메이저 언론과 유럽 주요언론 대부분은 이 같은 사실관계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알 제이드 후세인 요르단 왕자 등 유력 인사들이 경쟁에 뛰어들 때 마다 이들 언론들은 다크호스론을 거론하며 분위기를 띄워 한편으론 섭섭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해외의 모 유력언론은 예비투표에서 선두를 달린 반 장관을 인터뷰하고도 이를 기사화하지 않는 등 아시아 출신에 대한 경시풍조마저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단독후보로 확정된 4차 예비투표 이후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해외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60여건이나 쇄도하고 각국 고위급 인사들의 축하전화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부 국가의 고위인사는 "우리나라를 잘 도와달라"는 민원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언론의 보도를 통해 4차 투표에서 기권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 일본은 반 장관에게 선거 후 "우리는 지지표를 던졌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장관은 또 주변인사들에게 "부드럽게 말하고 조용히 설득하는 소프트 리더십이 이사국들의 호감을 산 것 같다"고 전폭적 지지를 받은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뉴욕으로 떠난 반 장관은 14일 유엔총회에 참석해 사무총장 인준 후 수락연설을 할 예정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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