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치권에서 북한 핵실험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차기 대권 주자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이 11ㆍ7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을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로 규정, 공세에 나서자 공화당 차기 후보 물망에 오르는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 등이 반격에 나섰다.
매케인 의원은 10일 오히려 1994년 빌 클린턴 전 민주당 행정부 시절 이뤄졌던 북미 제네바합의가 ‘실패작’이라면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강력한 유엔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미시건주에서 공화당 선거운동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민주당원들에게 바로 힐러리 의원의 남편이 행정부 수반으로 주도했던 북미 제네바합의가 실패작이었다는 점을 일깨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 지원을 받았고 수백만달러 상당의 식량 지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해왔다면서 “클린턴 행정부 시절 우리는 나쁜 행동만을 부추기는 ‘채찍 없는 당근’ 정책을 펼쳐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민주당이 북한과의 양자 협상에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는 데 대해“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은 북한의 양자협상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매케인 의원은 중국도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지지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중국의 식량 및 에너지 지원이 없으면 쉽게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08년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의원의 필립 라인즈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북한 정권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동북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 사태를 부시 행정부가 막지 못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 6년 동안 북한 정책을 책임져왔지만 우리는 이틀 전 뻔뻔스러운 결과를 봤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전은 수렁에 빠졌고 이란은 핵을 개발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실시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그가 ‘악의 축’이라고 비난했던 나라가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것을 허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4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도 “매케인 의원은 대선 후보 지명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음에 틀림없다”고 꼬집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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