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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스크린 독점 '타짜'도 별수 없네

입력
2006.10.1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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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한국 영화들의 추석 대회전도 이지러진 보름달과 함께 끝을 맺었다. ‘거룩한 계보’와 ‘폭력써클’이 개봉하는 19일까지 추석 영화들이 2라운드를 벌이지만 시장의 승자와 패자는 이미 가려졌다.

올해 충무로는 추석 대목 시작 전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녹음과 색 보정 담당 업체들은 예년의 2배에 해당하는 물량에 철야작업을 해야 했다. 제작사들은 웃돈을 쥐어주며 치열한 후반작업 경쟁을 펼쳐야 했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규모면에서 추석영화답지 않게 소박한 ‘무도리’(CJ엔터테인먼트 배급)가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쇼박스 배급)와 함께 9월21일 개봉한 것을 두고 영화계에서는 설왕설래가 많았다. “CJ엔터테인먼트의 경쟁사 작품 견제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과 함께 “CJ의 또 다른 배급영화 ‘타짜’(27일 개봉)의 스크린 확보를 위한 길 터주기용”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떠도는 설이 사실이라 해도 영화 배급 전략이 TV편성만큼 고차 방정식으로 부상한 요즘 이를 크게 탓할 일은 아니다.

정작 추석 대목에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괴물’이 야기했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는 점이다.

‘타짜’가 연휴기간 흥행 바람을 타며 확보한 스크린 수는 620개다. 사상 최고를 기록한 ‘괴물’의 개봉관 수와 동일하다. ‘가문의 부활…’은 420개였다. 단 두 작품이 전국 1,648개(영화진흥위원회 2005년 말 집계) 스크린의 63%를 차지했다. 덩달아 나머지 영화의 상영 기회는 축소됐다. CJ와 쇼박스의 관계사인 극장체인 CGV와 메가박스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결국 주요 멀티플렉스를 찾은 대다수 관객들은 원하던 작품이 상영치 않아 발길을 돌리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원치 않은 영화를 관람해야 했다. 추석영화를 제작한 한 영화사 대표는 “관객 반응은 좋은데 극장을 못 잡아 생각할수록 속이 상하다. (대형 투자배급사의 물량 공세에) 이젠 질릴 대로 질렸다”며 힘겨움을 토로했다.

영화상영은 시장의 논리로 움직인다. 완성도가 흥행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좋은 영화가 관객과 만날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만큼 불합리한 경우도 드물다. 공정 경쟁을 위해 충무로가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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