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보유 목적은 자위적 안보 강화, 전략적 우위 확보, 국민 자긍심 충족, 국위 향상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4가지는 흔히 겹치지만 북한의 경우 스스로 천명한 자위력 확보와 함께 인민의 체제에 대한 자긍심 충족이 주된 목적일 것이다.
이를 북한 선전매체들은 "인민들이 자신감과 낙관정신으로 끓었다"는 식으로 강조하고 있다. 핵실험으로 과시한 핵 능력이 충분한 자위수단이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나름대로 체제 수호에 대한 정권과 인민의 자신감을 높인 것은 사실일 것이다.
■ 북한의 들뜬 모습은 우리 전문가와 언론이 핵실험을 '자멸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나무란 것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은 핵실험 뒤에도 북한이 얻은 것보다 잃을 게 많다고 평가한다.
자위력 확보와 체제 결속 등의 성과에 비해 국제 제재와 고립에 따른 정치경제적 손실이 훨씬 크고 체제 존립조차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걸 곧이 믿으면 북한은 역시 제 죽을 줄 모르고 불장난하는 천둥벌거숭이다. 그렇게 혀를 차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객관적 국제 언론이 '북한의 승리, 미국의 외교 실패'로 규정하는 것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 엇갈린 분석 대신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북한은 물론이고 미 중 일 등의 주변국 모두 잃는 것보다 얻은 게 많을 듯하다. 김정일 위원장 스스로 "고생 끝에 낙을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는 북한의 득실은 우리가 열심히 따질 게 못 된다.
그건 애초 핵 보유를 꾀한 나라의 몫이다. 또 주변국은 겉보기에 심각한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동적이던 한반도 주변질서가 냉전적 대치상황으로 되돌아 간 것에 내심 만족할 것으로 본다.
이들 모두 한반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의 긴장 속에 현상(status quo)을 유지하기 바란다는 것은 상식이다. 핵실험이 이 수준을 넘었다고 진정 당황한 나라는 없는 듯하다.
■ 이렇게 보면 핵실험 피해를 본 나라는 우리 뿐이다. 그러니 북한과 정부를 함께 성토하면서 국제제재 동참과 남북협력 중단까지 외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의 변화가 늘 불만인 이들이 바라는 대로 모든 걸 냉전적 대치상황으로 되돌리면, 국가적 손실을 줄이고 이득을 얻게 될지 의문이다.
그게 안보와 평화를 위해 최선이라고 말하지만, 과거 반세기 이상 지속된 냉전 대치 속에 우리가 과연 지금보다 평안하게 살았는지 되돌아보는 게 좋겠다. 북한보다 우리 자신의 이해득실을 냉철하게 헤아려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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