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실험 실시 이틀 만인 1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화와 대결이라는 두 가지 길을 제시했다. 핵실험 이후 유엔을 통해 가시화하는 미국의 제재 움직임에는 ‘물리적 대응 조치’로 맞서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대화의 끈도 놓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일단 주목되는 부분은 물리적 대응조치 여부. 북한은 담화에서 “미국의 압력은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연이어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핵실험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력에 직면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 경제, 외교, 군사적 제재 방안 등을 거론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믿었던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비난하며 제재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코너에 몰린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물리적 조치를 담은 담화를 발표하고 위협에 나선 것이다. 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 강행 의지를 천명한 뒤 엿새 만에 실제 행동에 옮긴 점을 볼 때 이번 위협도 말로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물리적 조치로는 우선 추가 핵실험이 꼽힌다. 핵실험의 경우 일반적으로 핵탄두 용량을 달리해가며 5~6차례 실시해야 한다. 게다가 9일 핵실험 이후 폭발의 위력, 방사능 검출 여부, 지형 변화 등으로 인해 핵실험 성공 여부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추가 실험으로 논란을 불식시키고, 다시 한 번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려고 할 수도 있다.
추가 플루토늄 추출 시도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은 핵무기 운용에 필수적인 플루토늄 확보를 위해 현재 가동 중인 평안북도 영변 5㎿ 실험용 원자로를 일단 정지시키고, 연료봉을 꺼내 재처리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이밖에 대포동, 노동 미사일 발사로 핵무기 운반체 능력을 과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은 담화에서 대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북한은 특히 “대화와 협상을 통한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 의지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자신들의 핵무기와 핵 계획 폐기를 약속한 9ㆍ19 공동성명의 유효성도 여전히 인정했다. 북한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이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제재가 해제되면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은 이미 멈추기 힘든 상황에 접어들었다. 결국 어느 한쪽의 양보가 없는 한 첨예한 대결 국면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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