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외압을 이유로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감사 후보추천위원회 권영준 위원장(경희대 교수)이 전격 사퇴한 사건은 파행으로 치닫는 참여정부 인사행태에 대한 저항이자 고발이다.
말로만 공모제일뿐 실제는 청와대가 사전에 정한 인사를 추인하는 요식절차에 불과하며 이 과정에서 피하기 힘든 외압이 가해지는 감춰진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양심은 물론 법과 원칙에 따른 후보 추천이 불가능하다"는 권 교수의 탄식에 이 정부가 대표적 인사개혁이라고 자랑하는 공모제의 허상이 무너져내린다.
함께 사퇴한 다른 추천위원은 "4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사기업의 감사 인사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하는 현실에 좌절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정부 산하기관도 아닌 순수한 민간기관의 감사 자리까지 이런 인사 횡포를 서슴지 않으니 다른 정부 산하단체 기관장 및 임원 선정과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현 정부 들어 산하 기관장을 외부 공모로 선출하는 경우가 급증했지만 그 중 상당수는 낙하산 인사를 공모처럼 포장한 것"이라는 유진용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폭로가 하나도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청와대는 지난 7월 금융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운동권 출신 인사를 거래소 감사로 내정했다가 파업까지 불사한 노조 저항에 부딪쳐 좌절된 바 있다. 그런데도 또 다시 금융과 무관한 인사를 선정해달라고 끊임없이 압력을 가했다니 기가 막히다. 끝까지 코드인사를 관철하려는 그 집요함이 뻔뻔스럽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여론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최근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와 같은 파행적 인사가 점점 더 노골화하는 점이다. 모 공기업은 사장과 감사, 관리이사 등 수뇌부 3자리를 모두 여당 출신이 차지하게 됐고,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가 추천되지 않을 경우 재추천을 요구하는 상식 밖의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정권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정실인사가 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인사는 만사다. 파행적 인사는 참여정부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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