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2일 오후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개막한다. 막을 여는 유지태 김지수 주연의 멜로 ‘가을로’(감독 김대승)를 포함, 63개국 245편이 ‘아시아 영화의 창’ ‘월드 시네마’ 등 9개 부문으로 나뉘어 20일까지 남포동과 해운대의 31개 스크린을 수놓는다.
상영작은 지난해(307편)보다 줄었지만 내용은 더욱 튼실해졌다. 올해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최신작들이 어느 때보다 많다. 특히 영화제의 위상을 가늠하는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ㆍ세계 최초 상영) 작품이 64편으로 역대 최다다. 따끈따끈한 신작 프린트를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유력 영화제에서나 가능한 호사.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4명이 월드 프리어미어 작품 중 14편을 추천했다.
충무로 최신작 미리 보기
개봉을 코 앞에 둔 충무로의 기대작들도 부산에서 첫 선을 보인다. 이 중 ‘여고괴담’으로 국내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연 박기형 감독의 ‘폭력써클’이 눈에 띈다. 패싸움에 휩싸인 고교친구 세 명의 가혹한 운명을 통해 이 시대 10대들의 아픔을 담았다. 설경구와 조한선이 주연한 ‘열혈남아’는 ‘폭력써클’과 마찬가지로 누아르 계열의 작품. 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한 깡패의 황폐한 내면을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한 남자가 아내의 정부와 같은 차에 동승하면서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을 뼈대로 삼고 있다. 치정극을 외피로 삼아 하층민의 삶을 따스한 유머로 바라본다. 탐미적인 멜로 ‘경의선’과 미스터리극 ‘나의 친구, 그의 아내’도 주목할 작품이다.
'진실의 힘' 다큐멘터리의 진수
주류 극영화와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신작 다큐멘터리도 관람 목록에 올려놓을 만하다. 재일동포 김덕철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삶의 궤적을 통해 한일관계를 탐색한다. ‘우리 학교’는 일본 조총련계 학생들의 참모습을 차분하게 화면에 담아낸다. ‘코리안 돈키호테, 이희세’는 세상과 한 개인의 관계 맺기에 대한 성찰이 두드러진다.
북한의 실상을 그린 ‘어떤 나라’로 주목 받은 영국의 다니엘 고든 감독은 ‘푸른 눈의 평양시민’을 통해 한 미국인 북한 망명자의 기구한 삶을 조망한다. 독일의 ‘꿈의 동지들’은 소재부터 신선하다. 인도, 부르기나파소, 북한, 미국 출신 영사기사 4명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아시아 영화의 발견
아시아 신진 감독들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도 관람을 권한다. 대만 레스티 첸 감독의 ‘영원한 여름’은 동성애를 소재로 한 성장영화다.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주제를 던진다.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든 한 감독의 분투기를 그린 인도의 ‘아주 특별한 축제’는 참신함이 돋보인다. 필리핀의 ‘일루전’, 베트남의 ‘하얀 아오자이’도 눈 여겨 볼 작품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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