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공판중심주의 발언으로 갈등했던 법원과 검찰이 이번엔 휴일 영장청구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한 검사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계좌 압수수색영장 등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휴일이라며 접수를 거부하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에 파견돼 ‘바다이야기’등 사행성 게임 비리 수사를 하고 있는 이태관 검사는 3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법원의 영장 관련 직무유기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법원이 평일 일과 중이 아니라는 이유로 계좌 압수수색영장과 통신사실 조회영장 청구의 접수를 거부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검사는 “2일 저녁 법원 직원이 계좌 압수수색영장과 통신사실 조회영장 업무는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한다. 야간이나 휴일에는 영장을 검토하지 않아 개천절(3일) 다음 날인 4일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며 “수사기관은 담당 판사가 야간과 휴일 다 쉬고 나올 때까지 2, 3일씩 놀아도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법원은 일과 시간 이후 검찰이 계좌 압수수색영장과 통신사실 조회영장을 청구하면‘당직판사가 사건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검사의 재촉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발부할 가능성이 있다’며 5월부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처리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이 검사는 “영장을 무조건 발부해 달라는 말이 아니다”며 “영장전담 부장판사만 특정 영장 발부를 검토하려면 당연히 전담 판사들끼리 당직을 정해 야간 및 휴일에 근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긴급한 영장청구는 비상연락망을 통해 시간에 관계없이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검토한다”며 “검찰이 보통 때처럼 일반적으로 영장을 청구한 뒤 법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원 측은 오히려 “실시간 위치 추적이나 체포 영장같이 급한 것이 아닌 과거의 통신사실 조회영장이나 계좌 압수수색영장을 굳이 휴일이나 저녁에 청구해야 되냐”고 검찰에 되물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급하지 않은 영장 때문에 해야 하는 휴일근무는 통신회사 직원이나 은행직원에게는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과 검찰은 3일 발생한 서해대교 대형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한 부검영장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사망자 중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2명의 DNA 검사를 위해 부검영장을 4일 0시께 청구했으나 법원이 접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평택지원은 “영장청구 시간이 늦어지자 검찰 측이 법원 직원과의 통화에서‘4일 오전까지 영장을 발부해 주면 된다’는 의사를 통보해 와 4일 오전 8시께 영장을 발부했다”고 반박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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