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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친구위해 목숨 던지는 비장한 역할 나에겐 딱!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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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친구위해 목숨 던지는 비장한 역할 나에겐 딱! 이죠"

입력
2006.10.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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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정준호(37)의 별명은 ‘정 의원’이다. 정치인처럼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성 높은 코믹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하와이의 한 호텔을 경영하고 있으며 호주에서는 골프장 사업을 하고 있다. 주머니엔터테인먼트 이사도 그의 또 다른 직함이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의 경조사를 꼼꼼히 챙기기로 유명하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는 것이 이유다.

그는 여느 ‘마당 발’처럼 우정과 의리를 강조했다. 어린 시절부터 “우정과 의리는 가장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의 철칙”으로 생각해 왔다. 그런 그가 사나이들의 진한 우정이 배어나는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19일 개봉)에 출연한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그가 연기한 김주중은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할 조폭 단원이면서도 벼랑 끝에 몰린 친구 동치성(정재영)과의 우정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인물. 그의 예전 출연작과 다르게 웃음기보다는 비장함이 넘쳐 난다.

“건달이지만 소심한 성격을 지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죠.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배역이라 한 번 해보자는 의지가 강했어요.” 그러나 그가 김주중 역을 맡게 되기까지는 배역이 주는 매력보다 장 감독에 대한 신뢰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코미디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영화적 재미를 주는 분이잖아요. 제작자, 감독, 시나리오 작가로서 매끄럽게 작업을 이끄는 점도 좋았고요.”

그는 “‘거룩한 계보’를 여러 나물이 잘 섞인 비빔밥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관객의 예측을 뛰어넘는 장 감독 특유의 하이 코미디와 위트가 잘 배합된 작품이라고도 말했다. “김주중은 ‘거룩한 계보’라는 비빔밥을 맛깔스럽게 하는 고추장 같은, 무게감 있는 역할입니다.”

지금은 잘 나가는 흥행 배우지만 그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시작은 화려했다. 1995년 MBC 공채 탤런트에 합격한 그는 단 한차례의 단역도 거치지 않고 TV드라마 주인공을 꿰찼다. “주변에서는 부러워할 일이지만 오히려 독이었죠. 시청률이 낮으니 주인공으로서 압박감이 심했고 ‘그만두어야 겠다’는 좌절감도 많이 느꼈어요.” 무명 아닌 무명. 99년 드라마 ‘왕초’에서 깡패 두목 이정재를 맡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점도 많다. “연기라는 게, 인생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깨달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삶에 약이 된 시간이죠.”

그는 스타 연기자로서의 성공을 꿈꾸지 않는다.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인간 됨됨이로 인정 받는 것이 값진 인생이라는 생각에서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동료 스타들과 함께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고 ‘사랑의 밥차’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부모님이 ‘남에게 베풀고 살라’는 말씀 많이 하셨어요.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들이 봉사의 의미를 널리 알려야죠. 사업을 하는 것도 이웃을 돕자는 취지가 작용했어요.”

배우로, 사업가로, 사회 봉사활동으로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그는 오히려 여유가 있다. “잠자는 시간 줄여서 쪼개 쓰면 돼요. 몸과 마음은 힘겨워도 주변이 저를 알아줄 때 열심히 살아야죠. 아름다운 단풍도 때가 되면 떨어지잖아요.”

‘거룩한 계보’에서 다소 어두운 배역을 맡았지만 그는 여전히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주고 싶어한다. “제가 원래 낙천적이에요. 사람들에게 정준호라는 배우가 하얀 색이나 노란 색처럼 밝게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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