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게, 더 높게!” 케이블 채널의 자체 제작 붐을 타고 케이블과 지상파 TV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전선에 선 오락 프로그램의 자극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데이트하는 남녀에게 사랑과 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m.net의 ‘아찔한 소개팅’, 남녀의 실제 연애 과정을 보여주는 슈퍼액션의 ‘러브액션 WXY’, 아예 ‘가학 피학 쇼’라는 별명이 붙은 XTM의 ‘달콤살벌한 대결’ 등 케이블 TV는 이미 자극적인 오락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성전환 수술을 시켜주는 코너가 포함된 토크쇼 ‘Like a virgin’ 등을 편성한 전문 오락채널 tvN이 9일 개국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케이블보다는 강도가 덜하지만 지상파도 이런 흐름을 따라간다. MBC는 추석특집 ‘내 주먹이 운다’에서 연예인들에게 ‘피가 튀는’ 실전 권투시합을 시켰다. 비상식적인 과소비 행태를 보여주는 SBS ‘체인지업 가계부’, 가정폭력 등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SBS ‘긴급출동 SOS 24’ 등은 교양으로 분류돼 있지만, 내용은 여느 오락 프로그램 못지않게 자극적이다.
물론 선정성, 폭력성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내 주먹이 운다’는 일부 연예인이 부상을 당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아찔한 소개팅’에서는 속옷 쇼핑몰을 운영하는 남성이 처음 만난 여성에게 속옷 착용을 권유해 물의를 빚었다. ‘긴급출동 SOS 24’는 취재원의 동의 없이 방송을 내보냈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이에 대해 시청자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tvN의 박기성 편성팀장은 “선정적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시청자 층이 뚜렷한 케이블의 특성상 그들이 원하는 오락 프로그램의 경향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BS 박정훈 편성기획팀장도 “실질적으로 전 국민이 케이블 TV를 보는데 지상파 오락 프로그램만 그대로일 수는 없다. 지상파가 지켜야 할 선 안에서 변화하는 시청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BS ‘야심만만’이나 ‘일요일이 좋다’ 같은 인기 토크쇼 및 버라이어티쇼의 시청률은 하락세가 완연하다. 반면 케이블 TV의 자극적인 해외 리얼리티 쇼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지나친 선정성은 문제지만, 본격화한 지상파와 케이블의 경쟁과, 변화하는 시청자의 기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화연대 미디어센터 김형진씨는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가 공존하는 다매체 시대에 오락 프로그램에 도덕성만 요구할 수는 없다. 매체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한 심의기준의 정비 등을 통해 사회적 선을 지키는 경쟁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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